“미래는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녹색기술 쪽이 승부수가 된다. (중략) 정보기술(IT)시대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는데, 녹색기술(GT)시대는 일자리를 IT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낼 수 있고 소득격차도 줄인다. 이것이야말로 미래에 해야 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님. 어제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접견자리에서 건넨 그 말씀은 차라리 듣지 않아야 했나 봅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대통령님을 지켜본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이 대통령님은 “IT시대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는데 GT시대는 일자리를 IT보다 훨씬 더 만들어 낼 수 있고 소득격차도 줄인다”고 비교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IT산업은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격차를 벌린’ 장본인이 됐고, IT시대를 이끌어온 대한민국 경제 주체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킨 ‘주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계 IT 수출 4위 국가 ‘경제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습니다. 대통령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여야 합니다. 구로 디지털밸리에 모여 있는 7000여개의 IT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 100대 전자기업군에 포함된 6개 기업은 시대 트랜드를 잘못 읽고 있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대통령님. 1970년대 말 건설과 중화학공업 위주 정책이 만들어낸 경제위기 상황을 1980년대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팀이 전자산업 진흥을 통해 뚫어냈다는 것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며 뛰어든 IT기업이 ‘전대 미문의 위기’ ‘국가 부도 사태’ IMF 구제 금융시대에서 우리를 건져낸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대통령님. 국제금융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의 알토란 같은 종잣돈 26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도 알고 보면 IT기업의 수출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적자에 빠진 한국호를 11∼12월 다시 흑자로 돌리는 것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수출전선에 뛰어든 IT기업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 수출 규모는 1249억달러로 세계 시장점유율 7.1%, 4위 수준입니다. 정부가 7% 성장을 고민할 때, IT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33년간 이미 22.1%에 이르는 수출 신장률을 거뒀습니다. 국내 제조업 총생산 23%, 부가가치액 27%로 단일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대통령님. GT 부문에서 리더십을 갖춘 상품이 나오려면 최소 20년이 지나야 합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실천하는 공무원과 기업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세계 4위 IT산업 수준이 되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과정까지 최소 20여년간 외화벌이와 일자리 창출은 리더십이 있는 IT산업군이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싶은 분야는 GT겠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역시 IT입니다.
대통령님. ‘GT와 IT시대 비교’는 비즈니스 세일즈 외교를 하시다가 나온, 좋은 의도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칠었습니다. 평소 생각을 엿본 것 같아서,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의 IT산업에 대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서 서글픕니다. IT업계 종사자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체로 마음이 상한 착한 백성들입니다. IT산업은 그렇게 나쁜 산업이 아닙니다.
김상룡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