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미국발 경제 위기가 올 하반기 전 세계를 강타했다. 추석 연휴 끝자락에 날아든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을 시작으로 월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의 아이콘들이 차례로 손을 들었다. 금융 위기는 캘리포니아의 산불처럼 제조 업계로 번져갔다.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도 경영 위기를 들어 정부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나비효과라고 했나. 뉴욕에서 재채기만 해도 한국은 독감 걸린다고 했는데 미국이 독감보다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니 할 말 다했다.
증시·환율·유가 할 것 없이 출렁거린다. 유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증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멀미가 날 정도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져 제품 원료를 수입하거나 외채를 쓰고 있는 기업에는 부담이 날로 늘어난다. 1년 전만 해도 1달러당 900원대 초반이었던 환율이 지금은 1500원 선을 넘보고 있으니 외국의 원천 기술과 소재가 필요한 기업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기업단체장은 요즘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서 이 정도로 특단의 조치를 했는데도 증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코스닥 상장사들 중에 시가총액이 매출액의 반으로 줄어든 데도 적지 않아요. 아주 공포에 질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서워서 증자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주가 빠졌을 때 투자 유치 잘못하면(주가가 내린 만큼 지분율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잖아요.”
상황이 어렵다고 “힘들다. 비전이 안 보인다”며 푸념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부실 금융으로 인한 금융 위기가 제조업까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지금 세계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필요하다. ‘그린 뉴딜’이 그것이다. 다소 억지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국면을 전환해 새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세계 경제공황이 왔을 때 뉴딜 정책을 통한 어마어마한 고용 창출로 대공황을 탈출했다.
그렇다고 대운하 건설 같은 초대형 토목공사를 다시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창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고 선점해 나가자는 것이다. 일본 최고의 그린비즈니스 전문가로 꼽히는 야마모토 료이치 도쿄대 교수는 최근 전자신문이 주관한 ‘그린오션포럼’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의 온실가스를 50% 줄이기로 한 합의 내용을 실천하는 데 48조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이는 48조달러라는 거대한 환경에너지 산업이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폴 로디시나 AT커니 회장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비효율적인 산업 인프라를 개혁할 텐데 여기에 16조달러가 소요될 것이며 그린 테크놀로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에너지를 물 쓰듯 써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게 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린 테크놀로지(그린IT)를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고 있다. 그린 뉴딜이 시작돼야 한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