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비자의 선택은 `그린물류·유통`

[데스크라인]소비자의 선택은 `그린물류·유통`

 10여년 전 아마존·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쇼핑몰이 등장했을 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하나는 상품을 실제로 만져보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결제한 후 제품은 받지 못하고 돈만 떼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많은 인터넷사용자가 초반에 전자상거래를 거친 물건 구입을 꺼린 이유기도 하다. 동시에 뇌리를 스친 건 물류유통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물류유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621조9860억원에 이른 지금 물류유통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거대화됐고 각종 SOC를 통해 산업에 필요한 물품을 나르는 핵심 산업이 됐다. 10여년 전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물류유통 산업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과 국제적인 핵심 이슈인 기후변화대책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국내 기업 중 책임의 정도가 막중한 업계 중 하나가 물류유통이다. 국가 교통물류 대부분이 에너지 소비가 많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고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20%가 여기에서 나오지만 반면에 에너지 위기나 기후변화대책 등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발생량을 물류 흐름의 모든 과정에서 줄이자는 이른바 ‘그린 물류’를 실천하지 못하는 업체는 단기적으로는 탄소배출권 구매로 인한 재무적 손실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라는 상황에 직면할 처지에 놓여 있다.

국내 유통업계 중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홈플러스 그룹의 이승한 회장에게는 ‘녹색성장을 준비하지 못하는 기업=도태’라는 공식이 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업체에도 “녹색성장의 실천이 그대로 실제 매출에 직결된다”고 늘 강조한다. 환경이나 그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신문이 조사한 ‘그린오션 인지도 조사’에서도 그린오션(그린IT)에 대한 인식도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다. 지난 3월엔 조사 대상의 49%가 그린I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꼽았으나 11월 조사에선 58.5%로 높아졌다. 그린IT를 접목해 제품 가격이 5%가량 높아질 경우 제품을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적극 구매하겠다고 사람이 9%(3월)였지만 11월 조사에선 17.4%로 높아졌다. 그만큼 그린IT나 그린제품의 필요성, 시장성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인식도가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근엔 정부도 우리나라 물류유통의 큰 틀을 바꾸기 위해 본격 나섰다. 지난달 ‘지속가능 교통물류발전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하고 새해에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절감형 교통물류체계 전환 등에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저탄소 녹색형으로 교통물류 정책의 큰 틀을 바꾼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환경친화적인 물류활동에 기여하는 ‘녹색물류기업’에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녹색물류 파트너십’ 구축방안과 녹색물류 인증기준·평가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를 높이 들었고 그린에 대한 소비자의 눈이 매서워졌다. 소비자의 선택은 그린물류·유통으로 향해 있다. 이젠 기업의 몫이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