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제는 돈되는 그린비즈니스다

[데스크라인]이제는 돈되는 그린비즈니스다

 작년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이후 모든 부처에서 앞다퉈 ‘녹색’ 또는 ‘녹색성장’ ‘그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정책을 쏟아냈다. 부처가 직접 만들었든, 산하·공기관 등과 공동으로 작업했든 정책은 자연히 산하·공기관이나 연구용역기관의 참여로 실핏줄을 이루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완성돼 간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도 그린열풍에 합류해 새해의 핵심적인 정책비전이나 중요한 화두로 내세웠다.

새해 들어 정부가 지난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4년간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녹색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 차원이었다면 이번에 내놓은 것은 위축된 경제상황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담은 실질적인 녹색 뉴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녹색성장정책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 쏟아붓겠다는 예산이 4년간 50조원이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240조원 가까이 되는 걸 감안하면 매년 예산의 5%가량을 녹색뉴딜에 투입하는 셈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규모가 크다고 예산을 물 퍼주듯 아무렇게나 나눠줘선 곤란하다.

일부 야당에선 사회간접자본(SOC) 위주의 녹색 뉴딜은 녹색 성장이 아닌 ‘녹슨 성장’이며, 뉴딜이 아닌 재탕·삼탕의 ‘올드딜’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의 대규모 녹색 뉴딜 정책이 ‘녹색 버블’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은 작년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녹색, 신재생에너지, 그린을 대변하는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거나 아예 회사이름까지 바꾸는 일이 늘어났다. 태양광 산업 분야를 비롯해 각종 업종을 이익을 대표하는 협·단체나 연구조합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녹색 뉴딜 정책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증시에는 녹색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치 ‘닷(.)’자만 들어가면 주가가 오르고 눈먼 자금이 몰려들던 닷컴 버블시대를 재연하는 듯한 느낌이다. 녹색 뉴딜 정책에 건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묻지마 투자 대상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닷컴 버블로 인해 엄청난 수업료를 치른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면밀한 정책기획과 평가 분석을 통해 예산을 투입할 분야의 옥석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배분하고 집행한 예산의 쓰임새를 철저히 감시하는 기능도 상시 가동해야 한다. 정책을 펴는 정부와 이를 대행하는 공공기관이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한 ‘정부 예산은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줄어든다. 예산은 녹색이 기존 산업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 올해는 부처별로 쏟아낸 녹색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 연구과제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얼어붙은 경제를 순간적으로 녹여주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기업에 돈이 되고 산업을 부양시키는 초석이 돼야 한다. 과거 산업의 e비즈니스가 그랬듯 산업의 그린화, 즉 그린비즈니스의 실현은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이 모두 나서 일궈가야 할 숙제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