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고객의 마음을 훔쳐라

[데스크라인]고객의 마음을 훔쳐라

 “며칠 전에 사가셨는데 벌써 전동칫솔이 다 닳으셨나봐요.”(직원) “아이 참, 이 점포에선 뭘 숨길 수가 없다니까.”(손님)

 손님 붐비기로 유명한 수도권의 한 전자전문점이다. 판매직원과 고객이 나누는 대화 내용부터 다르다. ‘고객의 마음을 훔쳐라’라는 다소 발칙한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이 점포의 서비스 모토다. 고객과의 접점을 마음과 마음에서 찾는 이 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이 점포의 직원들은 방문하는 단골고객의 가족사를 모두 꿰차고 있다. 집은 어디고 자녀의 성별과 나이까지 모두 안다. 심지어 직원들은 고객의 집에 전동칫솔이 몇 개가 필요하며 언제 사갔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고객의 생일 챙기기도 필수다.

 고객의 가려운 곳도 먼저 긁어준다.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매장 음악도 바꿨다. 빠른 템포의 곡을 들려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다가 50대의 중년 부부가 방문하면 젊은 시절 귀에 익은 70년대 올드 팝송을 틀어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들이 나를 위한 전용매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매출을 늘리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늘어났다.

 분당에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촬영지로 유명한 주유소가 하나 있다. 인근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이 더 비싸지만 10여 개의 주유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특별한 경품도 없지만 주유소 안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과연 이 주유소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이곳 손님들은 주유소의 가족임을 자청한다. 직원들은 고객의 차량, 가족까지 모두 안다. “오늘은 꼬맹이가 없네요. 유치원 갔나봐요.” 주유소에 머무는 채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고객들은 가까운 이웃을 만난 듯 행복감에 젖는다고 한다.

 불경기 속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전자제품 매장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씀씀이가 작아진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입 우선 순위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판촉 활동을 해도 한계가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니다. 답이 있다. 고객 만족이다.

 기업의 CEO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객 우선주의를 외친다. 특히 고객 접점의 최일선에 있는 판매사원들의 친절교육을 강화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고객을 진정 가족처럼 여기고 따뜻한 가슴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바로 유통업계 고객만족의 진리다.

 스파르타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검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부자가 나누는 대화다. “아버지, 칼이 너무 짧아 찌를 수 없어요.” “얘야, 그러면 한 발짝 다가가 찌르면 된단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할 수는 없다. 살아남으려면 고객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야 한다. 앞에 예를 든 전자전문점과 주유소의 성공은 남보다 한 발짝 더 다가가 고객의 마음을 훔쳤기에 가능했다. 고객은 만족스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얻지만, 성공한 점포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

 김동석 생활산업부 차장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