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은데 결과가 영 딴판으로 나오는 때가 종종 있다. 선의로 좋은 목표를 세워 실천했는데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면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현실적인 여건은 어땠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취지로 정책을 만들었는데 결과가 마뜩지 않다면 한번 더 세심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홍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집행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중고폰 무료 제공 캠페인이 좋은 예다. 당초 정부 취지는 저소득층의 휴대폰 구입 부담이 크다며 복지재단·시민단체와 함께 중고폰을 재활용하는 측면에서 무료로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현실은 어떤가. 거리마다 공짜폰 현수막을 걸고 영업하는 대리점이 수두룩하다. 홈쇼핑 방송에도, 인터넷 사이트에도 중고폰이 아닌 새 휴대폰을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공짜 새 폰이 널려 있는데 중고폰이라니, 생색도 내기 전에 정부 정책에 흠집부터 날 판이다. 실제로 정부가 정책을 편 후 3개월 동안 중고폰을 신청한 사람은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휴대폰 가입자가 4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초라한 결과다.
오히려 중고폰을 재포장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서비스사업자로서는 그 정도 비용이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새 폰을 구입하도록 할 수 있다.
기능이 많고 파워풀한 신규폰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로도 이어진다.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이용해야 매출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입자로서도 같은 값이라면 새 것을 구매하고픈 유혹에 빠져든다. 중고폰을 구입하기 위한 절차도 복잡하다. 읍·면·동 자치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이통사 직영점에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신규폰 대신 중고폰이 많이 유통된다면 달가울 리 없다. 제조업체로서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각종 서비스 테스트 노하우를 축적,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신규폰이 많이 출시돼야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객도, 기업도 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중고폰 무료제공 정책은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면 요금감면 혜택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고폰은 해외 수출 위주로 전환하거나 지금처럼 임대폰으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고폰 보급대상 확대에만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달에는 이미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됐다. 오는 6월에는 기기변경 이용자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모든 휴대폰 가입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저소득층을 위한다던 당초의 정책적 목표가 중고폰의 재활용에만 집착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소득층을 위한 중고폰 재활용 정책이 ‘녹색’으로 포장되면서 오히려 신산업 정책과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우에 따라 정책도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 선택에 ‘현실’이 담겨야 함은 물론이다. 어느 것이 애초의 정책적 목표에 더 근접하는지, 나아가 산업활성화에 일조하고 국부 창출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지 다시금 살펴봐야 할 때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