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패드’ 원가의 25%가 해외 로열티로 나갑니다. 우리가 윈도CE나 와이파이 칩의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지요. 너무나 아까운 돈입니다. 지금 휴대폰 업계가 구글의 모바일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폰 개발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습니다. 개방을 앞세운 구글의 전략은 간단합니다. 전 세계 검색광고 시장을 석권했듯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도 통째로 먹겠다는 속셈이지요.”
얼마 전 만난 양덕준 민트패스 사장의 말이다.
안드로이드폰은 휴대폰 OS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단말기다. 구글은 사용자가 구글맵이나 구글서치, G메일을 이용하게 되면 이에 따라 창출되는 모바일 광고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지금 전 세계 휴대폰 업계는 안드로이드폰(일명 구글폰) 개발에 열을 올린다. 2006년 11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개하자 대만의 휴대폰 업체 HTC가 지난해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최초의 구글폰인 G1을 공개하며 선수를 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이르면 오는 3분기께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버라이즌이나 AT&T, T모바일이나 보다폰을 통해 안드로이드폰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폰을 개발하는 OHA(Open Handset Alliance)라는 동맹을 결성했다. 여기에 다수의 글로벌 휴대폰 업체가 참여, 앞으로 안드로이드폰 개발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최근 세계 휴대폰 사업은 근본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종전의 휴대폰이 음성통신 기반의 디지털기기였다면 앞으로는 이동하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이동형 정보기기로 탈바꿈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폰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휴대폰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통화는 물론이고 결제·예약·길찾기 등 휴대폰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을 똑똑한 플랫폼이 해결해 준다.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유인촌 장관, 문화기술(CT) R&D 관련업체 방문 간담회’에서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그동안 휴대폰 콘텐츠는 국내 시장 중심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여러 플랫폼이 통합되는 추세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 업체에 엄청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은 “다만 국내는 스마트폰 점유율이 유독 더디게 늘어나고 있고, 외국 회사가 만드는 플랫폼이 기본 플랫폼이 돼 무선인터넷에서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는 결국 플랫폼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좋은 음식도 좋은 그릇에 담는 법이다. 안드로이드라는 막강한 구글의 플랫폼에 잘못하면 우리 모바일 산업이 종속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양덕준 사장은 “대기업에 한국형 휴대폰 플랫폼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익이 난다면 국산이든 외산이든 가리지 않고 당장 시장에 ‘먹히는’ 플랫폼을 선택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결국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소기업이나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는 아이리버라는 MP3플레이어로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애플의 아이팟과 한판승부를 벌였던 레인콤 신화의 주역이다. 그의 진심어린 충정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