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3월이다. 무역지수나 주가지수, 환율까지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리고 있으니 연초부터 가슴을 졸이게 했던 경제 3월 위기설은 ‘설’로서 마무리되는 듯하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녹게 한다. 다행이다. 3월 하순을 앞두고 기온이 껑충 뛰었다.
지난주 아침 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18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관측 사상 3월 최고치인 14도를 넘어섰다. 이튿날엔 15.3도까지 치솟았다. 예년의 3월 평균 기온이 1.7도에 불과했으니 한여름 같은 3월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서울만이 아니다. 강릉 18.6도, 마산 16.0도, 속초 19.9도, 심지어는 이맘때 평년 기온이 -3.3도에 불과하던 철원의 기온도 14.4도까지 올랐다. 예년보다 17.7도나 높다. 낮 최고 기온은 의성지역이 27.7도를 기록했다. 급기야 서울지하철은 1974년 개통 이래 처음으로 3월 중순에 에어컨을 가동했다. 예년에 비해선 한 달 반 정도가 빨랐다.
일반인은 따뜻한 이번 3월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살다 보면 예년에 비해 기온이 10여도 높은 봄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근대 기상 관측 100년사에 왜 올해와 같은 경우는 없었던 걸까. 이 점은 모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근래에 들어 폭설·폭염·한파·가뭄·홍수 등의 자연현상에 ‘사상 최악’이란 수식어가 흔히 달린다. 너무 자주 들어 이젠 어색하지도 않다. 중국도 지난주 이상고온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베이징 낮 최고 기온이 22.4도까지 오르면서 30년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산시성 시안도 27도의 한낮 더위를 경험했다.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녹아내린 눈으로 2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호주는 지난 2월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과 가뭄, 사상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고, 멕시코도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학자나 환경학자는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지난해 말 펴낸 ‘Six Degrees’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가 겪게 될 대재앙을 경고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2도만 올라가도 세상은 지옥이 된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8000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고작 6도가 낮았다. 지금의 뉴욕은 두께가 1마일이 넘는 얼음판 밑에 묻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가 말한 앞으로의 6도 상승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멸종과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3월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대로라면 인간(생명체)을 만들어낸 지구가 언젠가 인간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인간이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선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지구온난화 방지 계획만큼은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잇따른 경고에도 꿈쩍 않던 미국도 정권교체 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여러 유럽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갖가지 정책을 실천 중이다. 하지만 대운하 건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중앙정부, 간척사업으로 없어진 갯벌을 복원하려는 지자체가 공존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걸까. 훈풍으로 몸은 녹았지만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