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게임이 달라졌다. 웹보드게임이 게임머니의 현금 거래로 인해 사행성의 온상이라고 지탄받았다. 특히 작년 6월 MBC PD수첩이 웹보드게임의 폐해를 고발하면서 사회적 심각성이 더해졌다. PD수첩 방송 후 1년이 다 돼가는 현 시점에서 웹보드게임 서비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도입, 오명을 벗기 시작했다. 웹보드게임이 여가선용 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을 찾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노력을 정리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본다.
◇게임머니 거래 단속에만 연간 100억원 투자=PD수첩의 보도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체는 NHN이다. 국내 최대 게임포털 ‘한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NHN은 고스톱과 포커 등 이른바 ‘고포류’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 NHN은 게임머니 현금 거래가 오히려 웹보드게임 사업에 걸림돌이라는 시각이다.
NHN 측은 “게임머니 환전상으로 인해 게임업체가 매출 증가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게임머니 불법 환전상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손상뿐 아니라 웹보드게임의 서비스와 운영에 악영향을 미쳐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NHN은 단호하고도 선명한 게임머니 거래 반대 방침을 견지해 왔다. 24시간 감시는 물론이고 불법 게임머니 거래 근절을 위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지속적인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NHN은 웹보드게임의 역기능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했다. NHN이 게임머니 거래 근절에 쓰는 비용은 연간 100억원 이상이다. 총 23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게임머니 거래 근절을 위해 상시 감시하며 신고를 받고 있다.
NHN은 또 게임머니 매매의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게임머니 거래에 연관된 아이디를 삭제하고 동일 주민등록번호로는 한게임 재가입이 안 되도록 조치하고 있다.
게임머니 거래를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는 관련 기술 개발에도 NHN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NHN은 게임머니 불법매매 행위를 색출해 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불량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패턴을 인공지능으로 판독, 불량이용자를 별도의 게임채널로 분리해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운영자 24시간 감시시스템 완비=NHN뿐 아니라 다른 웹보드게임 업체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포털 피망을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는 업계 최초로 ‘운영자 호출’ 기능을 도입했다.
운영자 호출 기능은 특정 이용자가 비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를 봤을 때 호출버튼을 누르면 대화창에 ‘운영자 관전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운영자가 게임 형태를 직접 감시, 제재하는 제도다.
네오위즈게임즈 측은 “운영자 호출 기능으로 효과적인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는 ‘2009년 피망 웹게임 클린의 해’라는 모토를 발표하고 감시 강화, 캠페인 및 공지를 통한 경각심 고취, 적발 시 강력한 제재라는 3대 방침으로 ‘짜고 치기 근절을 위한 집중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포털 넷마블을 서비스하고 있는 CJ인터넷은 웹보드게임에서 이뤄지는 게임머니의 이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감시 시스템을 갖췄다. 지정된 수준 이상의 게임머니 이동이 감지되면 운영자가 즉시 해당 게임방으로 가서 직접 감시한다.
CJ인터넷은 아울러 게임머니를 사고파는 출발점인 최고 등급 대기실의 채팅창과 일대일 대화기능을 아예 없앴다. 이 회사는 아울러 이용자 자신이 게임을 몇 시간째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게임 이용시간 알리미 기능’도 곧 도입할 방침이다.
◇사법기관의 적극적 근절 방안 필요=웹보드게임 업체의 이러한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한게임은 불법 게임머니 거래의 시장으로 불리던 ‘풀 베팅 경기장’을 폐쇄한 후 게임머니 베팅액이 큰 상위경기장의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작년 5월과 올해 3월을 비교하면 상위경기장 이용자 수는 월 43.7%나 줄어들었다. 이는 웹보드게임을 재미로 즐기는 이용자가 많아졌다는 증거다. 게임머니 소액 베팅이 이전에 비해 활성화되면서 웹보드게임이 갖고 있는 본연의 의미가 회복되는 추세다.
불법 게임머니 거래와 무관한 무료 이용자 수도 늘어났다. 무료이용자가 대부분인 영웅 이하 등급의 이용자 수 및 판 수가 각각 7%와 5.5% 증가했다. 무료이용자가 대부분인 등급에서 게임 참여율이 상승한 반면에 상위 등급자의 게임 참여율은 평균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제 웹보드게임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업체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및 사법기관의 더욱 적극적인 단속과 게이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업체는 이용자들이 게임머니를 게임 외에서 현금으로 거래했는지 확인할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각종 머니 거래사이트 등에만 있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이용자의 현금거래를 의심만 할 수 있을 뿐 정확한 위법행위의 물증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웹보드게임 업체가 의심가는 이용자를 고발하면 형법상 무고죄를 적용받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웹보드게임 업체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자정적인 사행화 방지 노력과 함께 사법기관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단속을 통한 환전차단이 이뤄진다면 머지않아 게임머니 거래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