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twitter)’ 열풍이 정말 대단하다. 올해로 서비스 3년째를 맞은 트위터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닐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7만5000명에 불과하던 트위터의 순방문자 수가 정확히 1년 만에 무려 1374% 급증한 700만명으로 불어났다. 트위터는 ‘1촌’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원조 격인 싸이월드나 페이스북과 유사하다. 하지만 일명 ‘마이크로 블로깅’이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140자 이내의 짧은 문구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나 휴대폰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지인들에게 자동으로 발송해 준다는 점에서 싸이월드나 여타 블로그와 다르다. 말 그대로 이 간편하고 신속한 ‘재잘거림(twitter)’이 불과 3년 만에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정치인·스포츠인·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한때 한국에서 ‘싸이질’이 유행했던 것처럼 미국은 그야말로 ‘트위팅’에 빠져 있다.
트위팅을 모르면 쉰(?)세대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엔 40대 이상 중년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이용자의 최근 급증세는 10·20대가 아닌 45∼54세 구간의 연령대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에 매력을 느낀 인터넷 1세대가 비즈니스에까지 이를 활용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됐다.
승승장구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면 가끔 시샘이 난다. ‘1촌’ 개념을 도입한 SNS의 원조는 한국인데 실익은 미국이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싸이월드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다. 반면에 미국에선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트위터까지 미국 네티즌을 사로잡은 서비스가 속속 나와 대박을 터뜨린다. 아마도 규제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기업환경과 학력보다는 개인의 독특한 이력과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 밑거름으로 작용한 듯하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혁명적인 변화 뒤에는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니다. 트위터가 청소년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페이스북이 청소년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등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법 제도를 앞세워 이를 규제하려 들지 않는다. 기업의 자율 규제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공동 설립한 에번 윌리엄스(37)와 비즈 스톤(35)은 독특한 이력과 기업가 정신을 지녔다. 보통 닷컴기업 창립자들처럼 윌리엄스와 스톤 역시 대학을 중퇴했다. 이들은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경험으로 전문 영역을 개척했다. 트위터가 휴대폰과 연계해 일반 블로그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 자체가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IT기업인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벤처기업과 인터넷기업을 대표하는 IT기업인 25명이 참가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청와대에 IT컨트롤타워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IT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 달라진 것 같아 반가울 따름이다. 이제라도 포털에 규제를 풀고 주입식 교육을 과감히 떨쳐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트위터에 버금가는 ‘제2의 싸이월드’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게다.김종윤·국제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