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충무공 이순신과 과학정신

[데스크라인] 충무공 이순신과 과학정신

 1591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된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이미 왜군의 침략을 예견하고 조선기술이 뛰어난 전선감조(戰船監造) 군관 나대용의 도움을 받아 특수 전투함인 거북선 건조에 착수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거북선은 내부는 2층 구조로, 아래층에서는 노를 젓고 위층에서는 총포을 쏠 수 있게 했다. 거북선 지붕에는 적군이 뛰어내리지 못하게 판재에 철침 수백개를 박아 놓았다.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지만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보건대 우리보다 과학기술이 앞섰던 서양에서도 감히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과학성과 창의성의 집합체인 거북선은 지금 영국의 해사박물관과 미국의 워싱턴 전쟁기념관, 그리고 중국·독일·프랑스 등 세계 과학기술 선진국 박물관에 그 모형이 전시됐다.

 흔히들 전쟁을 치르면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한다. 우선 1차 세계대전 중 기관총과 대포가 개발됐다. 2차 대전을 겪으면서 항공기와 함선 개량이 이루어졌다. 이 밖에 무전기와 전화기·내비게이션·통조림·잠수함·다이너마이트·레저용 자동차(SUV) 등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발명품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과학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왕조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당파 싸움과 유교사상에 젖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구보다 앞섰던 과학기술을 계승 발전시켰다면 조선왕조 말에 총칼을 앞세운 일제의 식민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학기술을 천대한 결과가 어떠했는지 역사가 증명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경제의 인프라는 과학기술이다.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꼽는 나라 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의 스웨덴, 내비게이션을 처음 만든 알파인일렉트로닉스의 일본, 통조림을 개발한 피터 듀란드의 영국, 기관총을 만든 휴고 슈마이저의 독일 등.

 묻고 싶다. 이 충무공이 이들보다 어디가 부족한가. 왜 우리 민족은 선조들의 뛰어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는가. 역사적 업적을 발전시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후손이다.

 지난해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했다. 과기계 여기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당시 정부 측의 대표적인 대응논리가 두 부서를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나오는 소리는 암울하다.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가 없다든지 교육이 우선이고 과학은 뒷전이다, 과학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다 등 희망적인 의견은 별반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앞서 있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수십배의 과학기술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원들에게 각종 우대 정책을 펼쳐 간극을 더 벌릴 태세다. 우리가 내부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들은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달아날지 모른다.

 내일(28일)은 이 충무공 탄신 464년이 되는 날이다. 얼마 남지 않은 4월 과학의 달을 보내며 거북선에 깃든 우리 선조의 과학정신과 창의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홍승모 생활산업부장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