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한 것이 2000만부를 돌파한 비결입니다.”
어린이 과학만화 시리즈 와이(Why)를 2000만권이나 판매한 나춘호 예림당 회장의 성공론이다. 잘할 수 있는 곳에 전략을 보태 2년간 준비하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점유율 1등’을 외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기술력에 전략까지 보탰다. 레드오션으로 변질된 TV 시장을 놓고 ‘새로운 종(種)’인 LED TV로 블루오션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양사 핵심 임원들은 샛별 보기를 서슴지 않는다. 별 보고 출근해 판매전략 회의에 협력사 미팅으로 하루 17시간가량을 소화한다.
최근 LG전자 고위관계자가 ‘삼성이 시장을 키우면 LG가 과실을 따낼 것’이라고 말하자 삼성이 발끈했다. 이에 삼성전자 한국총괄은 임직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특명의 골자는 ‘시장을 60% 장악해 모든 분야에서 LG를 확실하게 밀어내라’는 것이다. 양사 내수담당 임원들은 협력사 CEO를 찾아가 광고와 판촉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영업부서가 아닌 사업부서 수장까지 나섰다.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과 박석원 LG전자 부사장의 회동에 강신익 LG전자 HE사업본부장도 함께 참석했다. 이례적 미팅이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 임원도 전자전문점을 방문해 LED TV를 적극 판매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에서 무조건 LG전자를 넘어서 달라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만큼 LED TV가 양사의 점유율 경쟁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서 삼성이 똑똑하고 공격적으로 보인다면 LG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비친다. 눈길을 끄는 것은 LG가 최근 ‘정색’을 하고 일등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전자랜드와의 수뇌부 회동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남용 부회장과 한국지역본부 조직책임자의 잇따른 미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업이 1등을 하겠다는 목표는 너무도 당연하다. 마치 이익을 내야 한다는 명제와 같다. 문제는 핵심영역이다.
덩치가 큰 디지털 제품은 많이 팔면 점유율은 올라가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지금도 자존심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는 판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LED TV를 놓고 벌써 서로 자기가 판매량 1위라고 티격태격이다. 미디어를 통한 대리전도 벌인다.
‘핵심영역에 말뚝을 박아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핵심가치는 소가 매어 있는 말뚝의 형상이고 소는 말뚝에 매여 있어 그 주위를 빙빙 돈다. 국내 소비자는 브랜드 파워 때문에 삼성과 LG 주위를 돌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양사는 국가 대표 브랜드다. 문제는 시장 점유율 경쟁이 자칫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발목잡기와 같은 후진적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전 없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시장 점유율 역시 도전 없이 1등에 올라설 수 없다. 삼성과 LG가 핵심영역에 ‘도전과 전략’을 심어야 하는 이유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