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에디슨은 한국에 살아 있다

[데스크라인]에디슨은 한국에 살아 있다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나는 9999번의 실험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는 실패를 1만번째 되풀이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게 아니고 다만 전구가 안 되는 이유를 발견했을 뿐이다.”-토머스 에디슨

“토머스 에디슨의 덕을 보지 않거나 그에게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을 찾으려면 정글로 가야 한다.”-헨리 포드

발명왕 에디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발명한 1000여 가지 발명품 가운데 전구는 인류 문명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전구실험 과정에 발견한 ‘에디슨 효과’는 20세기 들어와 열전자 현상으로 연구되고, 이어 진공관에 응용돼 오늘날 전자공업 발달의 밑바탕이 됐다. 심지어 그가 어렸을 때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계란을 품었다는 일화는 오늘날 DHA가 함유돼 두뇌 발달에 좋다는 ‘에디슨 계란’이라는 상품으로 연결돼 팔린다.

에디슨은 미국 사람이다. 1847년 오하이오주 밀란에서 태어난 에디슨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미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한국에 있다. 아니 그의 발명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에 있다.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입구 참소리박물관에 가면 에디슨의 발명품을 만날 수 있다. 이 박물관이 가치를 더하는 것은 전시물이 모두 살아 있다는 점이다. 큐레이터들이 작동을 하면 생생한 사운드가 재현돼 죽은 전시물이 아닌 100여 년 전으로 소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모두가 경이로울 뿐이다.

그런데 과연 누가 4000여 점에 가까운 귀중한 물건을 수집했는지 궁금해진다. 이 진품들을 한평생 수집하고 완벽에 가깝도록 보존한 손성목 관장의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젊었을 때 중동에 나가 사업을 하며 돈을 버는 족족 에디슨의 발명품 수집에 투자했다. 그가 당시 사업에서 번 돈을 다른 데 썼다면 지금은 엄청난 부자가 돼 있을지 모른다. 그는 이 수집을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한 개인의 집념이 일구어낸 성과 치고는 대단하다.

참소리박물관의 진가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미국인이다. 전 세계가 존경해마지 않는 토머스 에디슨의 수많은 발명품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 더구나 수도 서울에서 자동차로 네 시간 거리인 강릉에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실제로 참소리박물관에 가 보면 역대 주한 미국대사들이 방문한 사진이 1,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벽에 걸려 있다.

손성목 관장을 우리나라 사람은 잘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교수나 지식인 사이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처 자기들이 챙기지 못한 에디슨의 발명품을 수집하고 잘 보존한 그를 인종을 뛰어넘어 존경한다.

오는 11월이면 손성목 관장이 수집(컬렉션)을 시작한 지 50년을 맞는다. 그래서 그의 지인들이 나서서 ‘손성목 컬렉션 50년 기념전’을 준비한다. 아마도 한 개인의 컬렉션 5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내일(19일)은 발명의 날이다. 조선시대 장영실이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기념해 1957년 제정됐다. 발명은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IT 세상의 뿌리 가운데 하나는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죽은 에디슨을 살려낸 사람은 손성목 관장이다. 그래서 에디슨은 한국에서 아직도 숨쉬고 있다.

홍승모 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