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 저효율 집단으로 꼽힌다. 1년에 50일만 일해도 세비와 직원 월급까지 나온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말이다.
오는 30일, 18대 국회 개원 1년을 맞는다. 개원 초반 ‘상시국회’라는 말이 인기였다. ‘일 좀 하자’며 열두 달 개원해서 일하자는 말에 국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속마음에는 ‘그게 되겠냐’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반성했다기에 믿어주기로 했다.
국회가 일 안 하는 집단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아도 안다. 국회가 1년 동안 일한 평균 기간은 고작 50일 정도다. 주당 하루가 못 된다. 15대 국회 54일, 16대 국회 53일, 17대 국회 45일을 일했다. 문을 열어놓고서 싸운 기간은 15대 국회 39일, 16대 국회 3일, 17대 국회 30일이었다. 18대 국회에서는 무려 문 열고 83일을 싸웠다. 일한 날보다 싸운 날이 더 많은 게 18대 국회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임시국회 두 달을 열어놓고, 고작 12일 일했다. 아예 18대 국회가 일한 날짜를 따지지 말자.
의원들의 노동강도는 제법 세졌다. 서류 보는 시간보다 쇠망치와 전기톱, 소화전, 소화기, 유리창 뛰어넘기, 몸싸움을 했으니 노동강도야 당연히 세질 수밖에. 국회를 교대로 지키느라 야근, 철야, 노숙을 했으니 임금도 당연히 올라야 했다. 구조조정, 임금삭감 얘기도 없이. 개원하지 않고도 할일이 있다는 외침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필부들도 할 수 있다. 만나야 할 사람도, 해야 할 다양한 경제활동도 많다. 투잡도 해서 의원 월급 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의원발의 법안 건수는 유독 많았다. 지난 5월 11일 기준으로 3956건에 이른다. 17대 국회 4년 동안 6387건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하지만 처리한 것은 1254건에 불과하다. 출석률은 높았다. 18대 국회에서 특위를 포함한 상임위 출석률은 87.83%로 17대 국회 80.58%에 비해 7%포인트가 높았다. 발의 건수와 출석률이 시민이나 언론의 의원 평가 때마다 공개된 사실을 알고 열심히 도장을 찍은 덕분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당신에게 어떤 점수를 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38.9점이라고 했다. 낯이 뜨거웠던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은 모른다. 업계는 이보다 더 형편없는 점수를 준다는 것을. 특히 전자정보통신, 과학기술, 산업계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주는 점수는 이보다 더 혹독하다. 지난 1년 동안 숱하게 정통부와 과기부의 부활, CTO 조직 상설 등을 주장한 업계 요구를 외면한 3개 위원회 ‘의원 나리’들에게 이미 ‘옐로카드’를 보냈다.
업계와 언론은 지난 1년간 ICT 홀대론, 과학기술 홀대론을 꺼내들며,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전자산업, 정보통신 산업의 육성책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국가 차원의 CTO와 그에 상응하는 조직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ICT 산업강국 정책을 만들라는 외침이었다. 이 소리를 유일하게 못 듣는, 아니 안 듣는 집단이 있다. 저효율 집단 국회다.
IT 홀대론의 진앙지였던 청와대마저, 업계 요구에 마지못해 IT특별보좌관을 만들려 한다.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던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CTO 조직 하나 청와대에 상근 조직으로 만들지 못하는, 그 중요성조차 강조하지 못하는 선량들. 개원 1년을 맞아 제발 쇠망치와 소화기 좀 내려놓고 반성합시다.
김상룡 경제교육부장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