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중도적’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라디오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서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공식선언하더니, 2일 민관합동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했다. 3일 원주 마이스터고를 방문해 ‘없는 집 아이도 사회에서 존중받을수 있게 하자’는 발언을 했다. 2주째 ‘서민행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첫해에 쇠고기 파동과 촛불정국을, 2년차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겪었다. 지금은 비정규직 정국을 겪는다. 경기는 아직 바닥이다. 747 등의 정책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청와대 주변에는 ‘임기중 인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 정치를 할 것,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임 대통령도 같은 말을 했다.
집권 이후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연연해 하지 않고, 큰 비전을 갖고 국사에 임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대통령의 큰 뜻을 모르니 나중에 두고 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재래시장과 마이스터고를 방문해 민심을 어루만지는 것은 대통령에게 중요한 업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뜨거운 국밥과 욕을 먹어가며 ‘국민들의 고통을 저도 압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지방 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부산을 유라시아 관문도시로, 대구를 글로벌지식경제 자유도시로, 대전을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과학기술비즈니스 메카로,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인천을 글로벌 경제허브도시로, 경기도를 일류국가 대한민국 미래로, 충남을 과학과 기업이 하나되는 행정중심으로,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했다.
메시지는 실천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정부에 큰 짐이 된다. 따뜻한 시장경제, 서민을 아우르는 중도적 정치철학이 성공하려면 국민을 향해 던진 메시지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뢰를 잃은 지도자에 국민은 ‘다음’을 주지 않는다. 지지도 하락의 책임은 바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
국민은 계몽 대상이 아니다. 자신은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줘서 그런다는 불평을 들을 대상도 아니다. 국민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지역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과학기술과 IT 등 각종 산업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믿고 표를 내줬을 뿐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의 뜻을 몰라준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국민과 산업계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던, 그것이 산업과 국가 미래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수위 논리를 국민에게 강변하던,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1930년대 루즈벨트식 홍보, 계몽 논리도 버리고, ‘안녕하십니까? 국민입니다’라는 21세기형 국민소통의 통합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경제가 살고 있습니까? 참모들은 똑똑하고 겸손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