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자전거에 소녀를 태우고 호수변 꽃길을 미끄러지듯이 달리는 모습, 허리를 감싸안은 채 아버지 등 뒤에 꼭 붙어 행복한 표정으로 깔깔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자전거 타는 풍경이다.
현실은 이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 일본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2륜 자전거의 승차정원을 운전자 단 한 명으로 규정한다. 뒷바퀴에 설치된 짐받이에조차도 사람을 태워선 안 된다.
다인승 자전거는 따로 있다. 3개의 바퀴를 나란히 연결해 핸들과 페달을 두 개씩 설치한 3인승 자전거는 공원 등지에서 흔히 눈에 띈다. 독일의 명물인 벨로택시도 3인승 자전거택시다. 앞바퀴 하나와 뒷바퀴 두 개를 삼각꼴로 배치해 운전자 외에도 뒷좌석에 두 명이 더 승차할 수 있도록 했다. 벨로택시는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지에서 관광객을 위한 영업용으로 운행 중이다. 미려한 디자인 덕분에 지금은 지역 명물이 됐다.
지난 5월 일본에서 3인승 2륜 자전거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허용하자는 측과 안전을 위해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측 간의 대립이었다. 논란이 된 3인승 자전거는 일반 2륜 자전거에 아이 둘을 더 태울 수 있도록 핸들 앞쪽과 뒷바퀴 위쪽에 안장을 보강한 형태로 꾸며졌다.
일본에선 앞뒤로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모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엄마들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로 인한 사고가 연간 400건을 웃돌자 경찰은 수시로 세 명이 탄 자전거를 단속해왔다. 그러던 것이 이달 초부터 44개 지자체가 3인승 자전거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3인승 2륜 자전거의 단속이 일본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지자체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1989년이다. 당시 일본의 출산율은 1.57명이었다. 정부는 1994년 이후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출산율은 1.34명으로 악화돼 정부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출산율을 플러스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의지다. 3인승 2륜 자전거의 해금도 그 결과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이다. 경제위기 한파에 몰아친 올해는 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대재앙 수준이다. 지난 10일 통계청은 인구현황 및 전망보고서를 내놨다. 지금도 문제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2050년께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늙은 국가가 된다는 경고가 담겼다. 인구 또한 641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16.2%가량인 0∼14세 비율이 40년 뒤엔 8.9%로 감소하고, 11.0%인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무려 38.2%로 늘어난다는 충격적인 통계다. 노동력을 제공할 산업인구가 그 정도로 감소한다면 국가 발전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던 1960년대 가족계획 표어를 뒤집어 이젠 덮어 놓고 낳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