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통신 설비투자, 결국 공염불인가

[데스크라인] 통신 설비투자, 결국 공염불인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다. 첫 출발은 거창하고 야단스럽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흔한 얘기 같지만 요즘 통신업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상반기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를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국내 통신사들은 연초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전년의 설비투자 규모 이상을 투자하기로 공언했다.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한발 더 나아가 매월 설비투자 실적을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통신사들이 공개적으로 밝힌 투자계획을 근거로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이행 여부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규제기관의 적극적인 역할론에 다름 아니다.

 산업계가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통신사는 말 그대로 산업의 선순환 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후방장비·솔루션 업체의 생존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업계는 산업 선순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상반기만 놓고 보면 KT와 LG텔레콤은 지난해에 비해 설비투자 규모가 무려 절반가량 줄었다. SK텔레콤은 소폭 늘기는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다.

 통신사 전체로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3%가량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2조8825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었으나 올해는 1조9305억원에 그친 것이다.

 그 대신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KT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0%, SK텔레콤이 2%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통신그룹이 크게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4조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방통위와 통신사 수장이 모여앉아 설비투자 확대 약속을 한 것이 몇 번인가. 방통위는 독려하고 기업은 이에 화답하는 내용이 매스컴을 도배한 것만 해도 여러 차례다.

 더구나 OECD 국가의 통신요금 수준도 발표됐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전체적으로는 내렸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는 것이다. 소비자원에 이은 OECD의 이런 발표는 정부와 통신사의 요금정책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요금 인하 여력을 설비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도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요금은 비싼 수준이면서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20% 감소했다. 이에 비해 통신사는 같은 기간 33%나 내려앉았다. 감소폭이 훨씬 컸다는 얘기다.

 상황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출은 정체상태고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방위 요금인하 압박은 계속되고 있으며, 신규서비스의 성과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통신사는 상반기 차세대를 위한 투자는 뒷전인 채 상호 고객 빼앗기를 위한 마케팅에만 열중한 셈이 됐다. 상생을 위한 중소 협력사와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간은 있다. 통신사 CEO들이 직접 약속한 설비투자를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으니 그렇다는 얘기다. 융합시대로 치닫고 있는 지금 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설비투자다. IT산업 선순환구조 정점에 있는 통신사의 설비투자는 특히 그렇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