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요즘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라는 책이 화제다.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이 책은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고, 이상기후가 생기는가 하면 지구촌에 대재앙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측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한 마디로 지구온난화로 그렇게 ‘호들갑 떨 일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보다 더 기온이 높았던 시대가 있었으며, 1500년 주기로 변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기후에 미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고 강조한다. 대기 중에 0.054%밖에 없는 이산화탄소보다는 수증기나 메탄 등이 온실효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1940년 이후 지구의 온도는 0.5도밖에 오르지 않았고 이산화탄소 변화가 기온 변화 경향보다 800년 정도 뒤처져 나타났음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가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온난화가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지구의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태양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예로 들어 태양의 흑점·세차운동·태양풍·우주광선의 강도에 따른 구름양의 변화가 지구의 기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니라 자연적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마치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1990년대 중후반 IT업계에 불어닥친 2000년(Y2K)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같은 이치로 보는 듯하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금융대란과 대형 비행기 사고 등 대재앙이 예상되기 때문에 새 밀레니엄이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와 기업은 Y2K 대재앙을 막기 위해 많은 예산을 썼고 가정에서도 PC 날짜를 바꿔가면서 대비했다. 2000년이 됐고 Y2K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다. 지나고 나니 Y2K는 IT업계의 ‘휴거’ 사건 정도가 아니었는지 싶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IMF경제위기가 휘몰아쳤을 때 ‘Y2K 특수’라도 있었기에 위기에서 조금이나마 빨리 벗어나는데 일조했다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는 단순히 자연적 기후변화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지구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고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들이다. 이대로 가면 지구에서 차지하는 육지의 양은 상당부분 바다화된다. 지구 온도가 올라갈 때마다 지구상의 동·식물도 수십 종씩 없어진다. 자연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심각한 수준이다.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지구 온도 상승 속도를 인공의 힘으로라도 늦춰보자는 게 전 지구적인 관심사다. ‘지구 온난화가 먼저냐, 이산화탄소가 먼저냐’를 주장하기에 앞서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 책의 주장대로 획기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 가정과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산업계가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것조차 막아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가정의 녹색생활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