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중국발 `휴대폰 태풍`

[데스크라인] 중국발 `휴대폰 태풍`

 “교세라·샤프·NEC·파나소닉·후지쯔….”

 세계 IT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주력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IT 품목인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이들을 찾기 어렵다. 에릭슨과 합작한 소니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일본 내수 휴대폰 업체라고 단정지어도 틀리지 않는다.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휴대폰만큼은 전자왕국 일본이 맥을 못 춘다. 이유는 ‘갈라파고스 현상’ 때문이다. 갈라파고스 현상이란 남미 에콰도르에서 900㎞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식물들이 육지와 고립된 방식으로 진화해 외래종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것을 말한다.

 일본 휴대폰 업체는 자국 시장 경쟁에만 몰두했을 뿐 아니라 국제표준도 등한시해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 특히 일본만의 통신방식과 통신사업자 주도의 판매 체계는 치명타였다. 결국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997년 22.6%였던 것이 2005년에는 6.8%로 추락했다. 이 시기 급상승한 휴대폰 기업 중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부단한 기술 개발과 소비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결과다.

 지금 세계 휴대폰 시장에 중국발 경고등이 켜졌다. 이 신호는 아직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화웨이와 중흥통신(ZTE)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양사의 공급 물량을 합하면 1450만대로 5위 모토로라와 불과 30만대 차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물론 2위 삼성전자의 5230만대나 3위 LG전자의 2980만대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기술에서도 아직은 뒤져 2G폰이 주력 제품이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이라는 무기다. 양사는 저가를 무기로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화웨이는 브라질에 이미 생산법인까지 갖추고 있다.

 화웨이와 중흥의 위력은 이미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증됐다. 두 업체는 이제 태풍의 눈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8년 1분기 기준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4위, 중흥은 7위다.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2011년에 화웨이는 2위로 올라서고 중흥은 ‘빅5’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의 2위 업체인 노키아-지멘스의 탄생도 화웨이와 중흥의 무제한적인 가격 덤핑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중흥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데는 엄청남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내수 시장이 큰 힘이 됐다. 여기에 화웨이는 보다폰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의 OEM 공급으로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흥 또한 올 초 2011년 빅5 진입을 목표로 연내 휴대폰 생산을 80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무서운 기세다.

 다행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고기능폰에서 중국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게임이 안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일본 기업들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태풍은 위도 5∼25도, 수온이 27도 이상인 필리핀 동부의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다. 이후 포물선을 그리며 이동하는데 주변의 수증기(수요)가 충분하면 대형 태풍으로 발달한다. 중국발 휴대폰 시장 태풍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