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IT코리아2.0-벤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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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벤처 1000억클럽 연도별 R&D투자 현황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벤처정신’이다. 흔한 말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정신이다.

 최근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벤처 1000억클럽’이 지난해 불황 속에도 전년에 비해 50개사나 급증하면서 200개사를 돌파했다. 2004년 68개에 불과했으나 2005년 78개, 2006년 102개, 2007년 152개, 2008년 202개사로 꾸준히 늘었다. 연평균 31%라는 큰 폭의 증가세다. 무엇보다 올해 50개사 돌파는 경이적이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전년 대비 50개사나 증가했다”며 “연구개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 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NHN(1조2081억원)은 벤처로는 최초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량 벤처의 선전에 대해 불황속에서 벤처정신이 발휘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가 나빠도 분명 새로운 영역은 있고, 벤처기업들이 그 신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한 결과다. 벤처기업들이 불황 속에서 새 먹거리 찾기에 소홀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가시화한 것이다.

 벤처정신이 이처럼 불황기 힘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벤처기업 특징과 같이 한다. 불황기에는 시장이 재편된다. 모든 기업에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꾸준한 성장기와는 다르다. 성장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업체에는 개척 자체가 무척 어렵다. 불황기에는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시장이 달라진다. 이는 기업들의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이미 자리를 잡은 곳은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다. 신기술과 제품 개발에는 소극적으로 돌아선다. 특히 중견·대기업이 그렇다.

 이에 반해 몇몇 핵심 기술자를 핵심으로 구성된 벤처기업은 다르다. 벤처에는 남이 갖지 않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 있다. 변화의 시기, 이 기술은 빛을 발하게 된다. 이미 성장한 기업들이 주저하는 사이, 벤처가 시장을 치고 나가는 이유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도전에 빗댈 수 있는 벤처정신이다.

 강력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장을 개척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기회는 생긴다. 최근 불황기 글로벌 제조 대기업들의 변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동안 제품에 대한 소개 기회 자체를 주지 않던 이들 기업들이 새로운 발주처를 찾으면서 문호를 열고 있다. 변화를 찾지 않던 과거에는 기존에 이용했던 업체만을 고집했다. 변화는 노력이 필요하고 있는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 비용절감은 최대 관심사고 이는 새로운 발주처 발굴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벤처들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도전정신으로 뭉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의미 있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1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나온 ‘중소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이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추진될 이 계획은 기술경쟁력 제고를 통한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과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른 R&D투자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다. 중소기업 R&D 투자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춰, 정부·공공기관의 중소기업 기술혁신지원(KOSBIR)을 2013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 전용 R&D인 중기청 R&D예산을 같은 기간까지 정부 R&D예산의 6% 수준으로 늘린다.

 정부는 이 같은 공공부문의 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투자의 증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녹색·신성장동력·지식서비스 등 일자리 창출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또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R&D예산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맞춤형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녹색·신성장동력 분야를 선도할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R&D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래성장 유망 분야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30대 중소기업 생산기반기술을 선정해 R&D지원 등 고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벤처 1000억클럽은 꿈이 아니다. 강력한 도전정신은 꿈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들 벤처정신으로 뭉친 기업들은 곧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가 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벤처정신으로 뭉친 벤처 1000억클럽

 초기 벤처기업들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벤처 1000억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올해 선정된 벤처 1000억클럽은 202개사다. 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49.5%나 급증한 3조2378억원이다.

 벤처 1000억클럽 기업들은 지난해 불황 여파로 순이익이 급감한 가운데도 연구개발(R&D) 투자만은 20% 크게 확대했다. 벤처기업 경쟁력이 ‘R&D’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63억9300만원으로 전년도인 2007년 54억1700만원에 비해 18.02% 크게 늘어났다. 2007년에도 전년 대비 14.77% 투자를 확대했으며, 2개년 R&D 투자증가율은 35.44%에 이른다.

 이들 202개 벤처기업의 평균 업력은 17.1년이다. 1000억∼3000억원인 기업의 평균 업력은 17.0년이었다. 3000억∼5000억원 기업과 5000억원 이상 기업은 각각 평균 19.3년과 16.7년이다. 고수익을 추구한다고 해도 매출 1000억원을 단기간 내에 돌파하는 것은 힘들다는 점 그리고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 그 이후 쾌속 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에 설명한다.

 집계를 시작한 이후 벤처 1000억클럽 평균 업력을 보면 2006년에는 15.0년 2007년 15.4년, 2008년에는 17.2년으로 길어지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이 58.9%(119개사)로 압도적으로 많다. 특이한 점은 부산·경남·울산이 18.3%(37개사)로 대덕단지가 소재한 대전·충청·강원(14.4%·29개사)보다 많다. 대구·경북 그리고 광주·전라·제주는 각각 6.4%(13개사)와 2.0%(4개사)로 역시 적었다. 수도권 집중도는 약해지고 있다. 2005년 76.5%에서 2006년에는 75.6%로 소폭 낮아졌으며, 2007년(69.6%) 2008년(65.8%)은 더욱 줄었다.

 벤처기업 확인 유형을 보면 신기술기업이 57.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기술기업 가운데도 고도기술수반사업 기업이 24.1%로 가장 많았으며 산업지원서비스업체와 특허기술기업이 각각 16.9%와 15.9%로 뒤를 이었다. 중앙행정기관 출연 R&D기술기업은 1.0%에 불과했다. 신기술기업 외에는 기술평가기업이 20.5%로 주를 이뤘으며 R&D 기업과 벤처투자 기업은 각각 11.3%와 10.3%였다.

 벤처 1000억클럽 회원사 202개사 가운데 상장사는 59.4%였다. 코스닥 상장사가 50.5%였으며, 유가증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8.9%였다. 설립 후 상장까지 소요된 기간은 10.4년으로 10년을 넘었다.

 기업별 성과를 보면 NHN이 유일하게 1조2081억원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2000년 매출액 88억원에서 9년 만에 137배나 성장했다. NHN은 당기순이익에서도 363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2위와 3위는 디에스LCD와 태산LCD가 차지했다. 두 업체 모두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3%와 23.3% 크게 오르며 8509억원과 782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에서는 NHN에 이어 넥슨, 성광밴드, 지마켓, 메가스터디 등이 500억원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직원 수에서는 씨큐어넷이 3949명으로 NHN(2위·3259명)보다 많았다. 3위와 4위는 엠피씨(3254명)와 티맥스소프트(1751명)가 차지했고 엔씨소프트는 1662명으로 5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