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스타트 끊은 `그린 비즈니스`

[데스크라인] 스타트 끊은 `그린 비즈니스`

 “저는 특허, 기술거래, 기술경영 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요즘 기후변화 대응 이슈가 떠오르면서 그쪽에 관심을 갖는 고객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그린 경영임원 과정을 듣게 된 목적입니다.”(A 법무법인 변호사)

 “은행에서 녹색성장 지원단을 맡고 있습니다. 녹색금융을 통해 녹색성장과 에너지·환경 분야 기업들을 지원하고자 합니다.”(B 은행 부장)

 “탄소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업종이 금융업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 여부에 따라 기업신용이 AAA에서 한순간에 CCC로 바뀔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금융권에 가장 타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녹색성장 특별과정에 들어와 공부하게 됐습니다.”(C 은행연구소장)

 “신재생에너지 기업, 녹색성장 관련 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 왔습니다.”(D 벤처캐피털 임원)

 최근 개강한 건국대 그린경영임원(CGO) 과정(2기)과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 운영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특별과정(3기)을 듣는 수강자들이 밝힌 참여동기다. 작년이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체 임원들이나 대표들이 이들 과정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의 기후변화 동향을 공부해 새로운 패러다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대학이나 대학원·기관 등이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과정처럼 이론과 실기 공부는 물론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산업 트렌드를 가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특히 그린이나 녹색성장과 관련한 과정에는 기업이나 기관의 실무 책임자에서부터 CEO, 심지어 대학교수도 귀를 열고 참여한다. 대부분의 과정이 서울에서 이뤄지지만 호남·충청권에 있는 이들도 강의를 듣기 위해 먼 길을 재촉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달라진 건, 강의를 듣는 수강자들의 업종이다. 초기에 신재생에너지나 녹색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이나 금융지원을 하려는 금융기관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NSI의 저탄소 녹색성장 특별과정에는 총 56명의 수강자 중 12명이 벤처캐피털이나 금융기관, 법무법인 관계자로 구성될 정도다.

 산업은행이나 SC제일은행 등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홍보로 녹색 이미지를 자아내려 하는 것이나 앞다퉈 녹색성장 관련 조직을 만들고 녹색금융 상품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녹색성장과 관련해 법체계(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를 마련해 국회에 상정했고 조직(녹색성장위원회)과 예산, 정책(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도 내놓았다. 최근엔 대기업들도 녹색 투자를 강화하겠다며 화답했다. 여기에 벤처나 중소기업에 자금이라는 양분을 지원할 투자사나 투자자문,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은 비로소 대한민국의 ‘그린 비즈니스’를 하늘로 쏘아 올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투자가들의 관심은 2000년 전후의 IT 거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린 비즈니스를 IT산업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산업군으로 만들 주춧돌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