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리먼사태와 의보개혁 논쟁

[데스크라인] 리먼사태와 의보개혁 논쟁

 글로벌 금융 위기의 촉발제가 됐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년이 지났다.

 158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 투자금융회사인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 9월 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곧바로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공황으로 치달았으며, 글로벌 경제는 대혼돈으로 빠져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경제도 바닥을 확인한 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거리로 내쫓긴 수많은 실업자는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실업자 가운데 수천명의 리먼 전직 직원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금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결속력을 다진다. SNS 생성 사이트인 ‘닝’의 ‘포에버 리먼’에 모인 2700여명의 리먼 출신 회원은 서로 구직 정보를 교환하거나 리먼 파산 이후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하루빨리 일자리를 찾아 오프라인에서 반가운 만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일 게다.

 리먼 사태로 야기된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서민과 빈곤층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도 경제 위기로 계층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최근 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는 미국의 상위 1% 가구의 소득이 전체 미국 가구 소득의 2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23.9%를 기록했던 대공황 직전인 1928년 이후 최고치다. 조사가 리먼 사태 발생 전인 2007년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위기가 심화된 지난 1년간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을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금융위기의 파도가 들이친 후 대부분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 여전히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정작 위기의 주범 격인 월가의 금융인들은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여 서민들의 분노를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붕괴 1주년을 맞아 뉴욕 월스트리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책임감의 결여가 위기를 불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나쁜 관행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 최대 과제로 삼은 건강보험 개혁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모든 국민에게 충분히 질 높은 건강보험을 저렴하게 제공하려고 의보 개혁에 나섰지만 제약회사·보험사·병원 등 기득권 세력과 보수진영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다. 대통령의 연설 도중에 고함을 친 공화당 윌슨 의원에게 보수진영의 후원금이 몰려든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은 여러모로 본받을 점이 많은 나라다. 어린 시절 마약을 복용했다고 시인한 40대 흑인 인권변호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의식이 성숙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위 1% 부자들이 경제 위기를 틈타 부를 늘려가고 몸 아픈 서민들이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현 미국 시스템만큼은 우리가 받아들여선 안 될 것이다. 약자의 편에 서서 싸우는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이 성공을 거둬 리먼 사태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서민과 빈곤층의 삶이 나아지길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김종윤 국제부 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