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하이마트에 바란다

[데스크라인] 하이마트에 바란다

 지난 2000년 처음 출범하자마자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직원이 감격했다. 2005년에는 전자유통 업계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의 외형을 기록했다. 일본 가전양판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재팬의 약 33조원 매출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내수 시장을 감안하면 눈부시다. 직원들은 꿈에 부풀었다.

 하이마트는 대우전자에서 1999년 분리돼 탄생했다. 새 유통 형태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국내 전자유통을 본궤도에 올렸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함께 국내 전자유통 시장의 볼륨을 키웠다. 작지만 강한, 그리고 탄탄한 유통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초고속, 초압축 성장을 거듭한 하이마트에 몇 년 전부터 매출정체에 들어섰다. 탄생 초기 20∼30%의 성장세를 이어갔던 거래 규모가 지난 2006년부터 10% 이하로 떨어졌다. 2006년 2조1500억원이던 매출이 2007년 2조3000억원, 지난해 2조45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2조7000억원이 목표다. 매년 6∼7%씩 성장하지만 추진력이 예전같지 않다. 로켓 추진체의 연료는 바닥난 듯 보인다. 그래서일까. ‘한번 해보자’는 10년 전 직원들의 상기된 표정은 조금 수그러든 눈치다.

 일부에선 하이마트가 기로에 섰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표현하면 체질 개선의 분기점에 도달했다. 누구나 성장통을 겪는다. 제아무리 성공신화를 이뤘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성장통은 피해갈 수 없는 동반자다. 전자유통으로만 3조원에 육박하는 몸집을 불렸는데 통증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이마트의 통증은 시장이 함께 치유해야 할 성장통이다. 사실 국내 전자제품 유통 시장에서 하이마트의 등장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전속 대리점과 특판과 주부 판매사원으로 이뤄졌던 전자유통을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전자전문점으로 흐름을 바꿨다. 밥솥·가스레인지 등 국내 내로라하는 중소기업 가전 브랜드 경쟁력 역시 하이마트가 키웠다. 그래도 유통망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하이마트는 여전히 매력 덩어리다. 제조사 대리점과 경쟁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첨병 역할을 했다. 그만큼 10년간 국내 전자유통을 견인한 맏형이다.

 다만, 시장은 어딘지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한다. 유진그룹에 인수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한 만큼 성장통 치료법을 보여달란다.

 하이마트 성공신화의 1등 공신은 맨파워다. 선종구 사장의 ‘엄청난’ 사람 욕심과 임직원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런만큼 이제 전자유통 최대 기업에 걸맞은 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가용 자원의 효율적 배치, 고객만족 확대 등 체질 변화를 이뤄야 할 시점이란 것이다.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 성장통의 생채기를 조직력으로 극복해 내야 한다. 20%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신임 대리급들도 머리를 맞댔다고 하니 머지않은 듯하다. 2009년 ‘가을’이 일시적 성장통에 그칠지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될지.‘하이마트’의 선택만 남았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