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모르는 건지, 알고싶지 않은 건지

[데스크라인] 모르는 건지, 알고싶지 않은 건지

 요즘 국정감사로 관가와 정치권이 뜨겁다. 연일 터져나오는 이슈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일자리 감소와 내수 촉진, 투자 활성화 등의 정책적 과제를 안고 있는 지식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더욱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 산업을 관할하는 거대 부처다 보니, 다루고 살펴야 할 분야도 엄청나게 많다.

 24명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감사 전에 지경부에 요청한 자료는 건수로만 무려 357개에 이른다. 답변자료는 1938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그런데 이 수많은 질문과 답변 중에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질의와 답변 내용은 달랑 1개, 1쪽뿐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SW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업적으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산업과 기술 전 분야의 융·복합이다. 이 융·복합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SW다. 주무부처인 지경부도 융합SW 산업 육성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여러 차례 진흥책도 제시했다.

 지난달 취임한 최경환 지경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SW산업 육성을 강조할 정도로 정책적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옛 정통부 시절의 다른 IT 예산이 줄줄이 잘려나간 것과 달리 현 정부 SW산업 지원 예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식경제위원들은 일부러 그런 것처럼 하나같이 SW를 지나쳐 버렸다. 물론 SW가 국정감사장의 쟁점이 되고,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어려운 분야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유명세만 좇아 그냥 팽개쳐버릴 분야가 아니란 것이 문제다.

 전국에 SW 관련업체는 6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종사자는 13만여명에 달한다. 창업과 폐업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기 때문에 고정된 수치는 잡기 힘들지만, 무시해버릴 산업 규모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고용유발계수 조사에서 매출액 10억원당 자동차는 10.8명인 데 비해 SW는 16.5명으로 고용효과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요즘 가장 목을 매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서 SW는 중요한 해답이자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는 셈이다.

 전통산업과 IT를 융합하는 데 그 핵심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바로 SW다. SW의 주도권을 외국에 내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돼서는 미래 산업 경쟁력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SW업계는 정부가 늘어놓는 백마디 진흥책이나 지원방안보다 하나의 힘 있는 실천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고, 실천하는지 따지고, 챙기고, 채찍질해야 하는 일이 바로 국회의 일이다. 지금처럼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정부의 목소리에 아무리 힘이 실리더라도 관련 예산은 잘려나가고, 산업 육성책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의 SW에 대한 질의 수가 SW산업을 보는 정치적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알고, 정부도 알아야 SW산업은 커갈 수 있다.

  이진호 산전·부품팀장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