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강만수의 쓴소리

[데스크라인] 강만수의 쓴소리

 지난주 경제뉴스의 중심에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있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지만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창업 이래 최대 적자였다”며 착시현상을 경고했다. 이들 기업이 세계 최강이 될 기회를 맞은 것도 엄청난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게을리해 재무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 폄하했다.

 말이 나온 곳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찬강연 자리다.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도 대기업에 불만이 많았던 그다.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기업이 호응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까지 들어가며 ‘고환율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그가 아닌가. 그는 내수진작 차원에서 사상 유례없는 3조5000억원의 유가환급금 지급을 비롯해 총 20조원에 달하는 감세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자면 강만수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대기업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기업인을 앞에 두고 ‘쓴소리’할 자격은 충분하다.

 우리 전자기업의 최대 라이벌은 여전히 일본 기업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저 현상으로 호기를 잡았을 때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등의 일본 기업은 정반대의 엔화강세 현상으로 바닥을 기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중의 환율효과를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우리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의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는 LED 광원 LCD TV를 한발 앞서 출시해 초기 시장을 선점했고, 메모리 분야에선 불황기 치킨게임의 승자로 우뚝 섰다. 자동차도 가슴을 움직인 독특한 마케팅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에 상승작용을 더한 건 역시 환율이다.

 강만수 위원장의 말은 대기업을 시기하거나 질투해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더블딥 및 2년간 불황지속의 가능성 경고가 행간의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도 세계 주요국의 경제회복 추이를 감안해 더블딥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다. 관건은 해외 경기 추이다. 더블딥 여부에 작용하는 변수는 우리나라 상황보다도 해외 경기 영향이 더 크다.

 미국 RBC캐피털마켓츠의 설문조사에서 미국 경영자의 절반은 향후 경기를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선 일본 대기업 경영자의 38%, 중소기업 경영자의 68%가 더블딥을 예견했다. 기타 시장조사 업체들은 2012년께나 돼야 IT경기가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경기가 게걸음 양상을 보인다면 우리가 기댈 언덕은 다시 환율이다. 하지만 1500∼1600원대의 고환율 시대가 재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처럼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매출은 평균 371억원이 감소한다. 당장 환율이 11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한 지금 국내 수출기업 4곳 중 1곳은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며 울상이다. 수출기업의 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대기업은 강 위원장의 지적을 고까워만 할 게 아니라 분명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정훈 국제팀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