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고 한다. 토끼는 살기 위해 죽을 각오로 달리기 때문이다.
핀란드에 노키아가 있다면 한국에 삼성이 있다. 세계 휴대폰시장의 선두주자인 노키아가 한숨 돌리며 달릴 때 삼성은 목숨 걸고 질주했다.
덕분에 2년 전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 삼성휴대폰이 누적판매 10억대를 돌파했다. 시장점유율도 20%를 넘어섰다. 올해는 휴대폰만으로 40조원 이상을 거뜬히 벌어들일 태세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에 속하는 덩치다.
최근 삼성이 ‘주식회사 IT코리아’의 자존심을 세울 회심의 카드 5장을 내놓았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오로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흔드는 애플에 ‘융단폭격’을 쏟아낸다. 국내 휴대폰 시장의 1%도 안 되는 틈새를 공략하겠다고 했지만 속내는 세계 16% 스마트폰 소비자가 타깃이다.
예전 삼성 스마트폰은 버그투성이로 사용자 사이에선 비싼 돈을 주면서도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수치스러운 말까지 들었다. 그런 삼성이 옴니아를 출시하며 달라졌다. ‘스마트폰은 어렵다’는 인식을 ‘친숙함’으로 바꿔놓았다. 윈도모바일 OS와 햅틱UI를 탑재해 사실상 PC와 다를 바 없는 환경을 구축했다.
하지만 여전히 2%가 부족한 듯 보인다. 애플이 하나의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은 8만∼9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20억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아이폰의 성공은 기계가 아닌 앱스토어 덕이다.
스마트폰의 성공 조건은 얼마나 쓰기 편한 UI를 넣는지부터 그것을 지원하는 원군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로 볼 수 있다. 삼성휴대폰을 들여다보자. 국내에서는 한 이통사의 앱스토어에서 한 층을 전세 내 셋방살이를 하는 수준이다. 해외는 2개월 전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에서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오픈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삼성휴대폰의 무기는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제품을 만드는 시장 선도력이다. 앞으로 노키아와 저가시장에서 정면승부를 거는 것은 의미 없다. OEM·ODM을 통한 제한적 진입이면 몰라도 마케팅 역량을 신흥 저가 시장에만 쏟아 부어선 곤란하다. 프리미엄 전략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내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한다고 술렁인다. 하드웨어라는 것도 결국 소프트웨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모바일 전쟁은 결국 소프트웨어에 의해 판가름난다.
PC의 제왕 애플, SW 황제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의 황태자 구글이 모바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승자가 결국 IT 전체를 다스리는 절대자가 될 것이다.
삼성휴대폰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삼성휴대폰은 백수의 왕 노키아의 동태도 살펴야 하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애플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애플의 벼락 출세는 ‘운’이 아닌 ‘실력’이다. 삼성휴대폰 역시 실력으로 ‘애니콜 신화’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기초체력을 다졌다면 이제부터 성과를 낼 열쇠인 애플리케이션에 살을 붙여야 한다. ‘Mr.애니콜’에 이은 ‘Mr.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