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통위, 제대로 일하고 싶다

 삼성전자가 ‘불혹’을 넘겼다. 지난 1일이 창립 40주년이었다. 삼성전자는 40년 세월 동안 놀라울 정도로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외형도 엄청나게 키웠다. 1969년 전신인 삼성전자공업 창업 당시 종업원 수는 36명, 매출 규모는 3900만원에 불과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직원은 8만3600명이 넘었고 매출은 13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순 계산해도 직원 수는 2322배, 매출은 무려 333만배가 늘었다.

 압축 성장의 진짜 모습은 세계 수위에 올린 삼성 제품의 역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TV는 1969년 외주 생산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1998년 디지털TV를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휴대폰도 1988년 처음 개발했지만 1998년 동계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했다. 반도체도 1977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출사표를 던졌고 20년이 지난 199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256M D램을 선보이면서 반도체 강자로 우뚝 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40년 역사지만 30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축 성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확장 전략이었다. 일본 산요전기와 합작으로 TV 생산으로 전자 분야 테이프를 끊은 이 후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했다. TV·휴대폰·생활가전, 여기에 반도체·디스플레이·일반부품까지 삼성 브랜드를 보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제품 수를 늘려 왔다. 전자 제품에서 부품까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하면서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했다. 일부에선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진출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끊임없는 외연 확장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삼성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특정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면서 성장한 다른 글로벌 기업과 확연히 구분된다. 필립스는 한때 주력이었던 반도체 부문을 과감히 NXP로 떼어내며 완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모토로라도 프리스케일로 반도체 사업을 넘기면서 통신 부문에 집중했다. IBM도 프린터·컴퓨터 분야를 과감히 분리해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 변화에 성공하면서 지금까지 시장 강자로 군림한다. 심지어 HP는 가장 큰 성장동력이었던 계측기를 애질런트로 분사할 정도로 전문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나마 삼성과 사업 형태가 비슷한 게 일본 기업인데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세계 경제 위기로 맥을 못 춘다.

 삼성이 전통적인 성장 방식을 거부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역시 강력한 ‘오너십 경영’이 주효했다. 삼성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이건희 전 회장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오너십이 있었기에 빠른 의사 결정과 강한 추진력이 나올 수 있었다. 이 회장의 어눌한 말투와 단순한 몸짓으로 삼성전자라는 공룡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데도 오너십에 기반한 카리스마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덩치 큰 삼성을 앞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도 오너십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삼성전자 창립 40년을 맞은 11월, 삼성의 모든 직함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 전 회장의 그림자가 크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