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안상수 인천시장과 저녁을 같이 했다. G20 정상회의 송도 유치가 불발로 끝난 것에 대해 물어봤다. “실망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또 있으니까요.”
예상과 달리 그는 전혀 낙담한 표정이 아니었다. 한국이 G20를 유치했다고 알려진 순간 “저거다” 하며 송도 유치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온 그다. 애초 목표가 너무 높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재무장관 등 부수 회의 유치건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송도 등 몇몇 지자체가 G20 유치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감히 서울에 맞서…”라고 생각한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결과는 역시 ‘감히’였다. 서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인천이 결코 손해 본 것이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송도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송도가 하나의 공화국과 같은 서울에 맞서 G20 개최 후보지로 강력히 거론된 것 자체가 송도의 진가를 웅변해준다.
송도에 처음 오는 사람은 누구나 말한다. 상전벽해를 설명하는 데 송도만 한 곳이 없다고…. 수년 전 도시 인프라가 전무했던 이곳에 지금은 아시아 최고의 건물이 들어섰다. 연세대·조지아공대 등 국내외 유명 대학이 하나둘 둥지를 튼다. IBM을 비롯해 벨랩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은 잇달아 연구소를 개설했다. 12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20만7284㎢) 바이오센터(바이오리서치콤플렉스)를 착공했다. 세계 최대 자급자족형 벤처 생태계인 ‘사이언스 빌리지’가 2단계 공사에 들어가는 등 송도는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일까. 이날 안 시장 표정은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밝았다. 송도를 두바이와 상하이, 홍콩을 능가하는 아시아 허브로 만들겠다는 자신감도 여전했다. 최근 송도에서 개막한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기조연설차 방한한 기 소르망과 대담하기 위해 그의 책을 읽었다면서 “송도 발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그를 볼 때마다 돈키호테가 오버랩된다. 허약한 말에 의지해 낡은 창을 휘두르며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애초 그가 송도 비전을 말할 때도 그랬다. 대부분이 무모하다고 했다.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고 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했다. 아무도 지금처럼 빌딩이 즐비할 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아직 그 앞에 놓인 길은 멀고 험하다. 신도시 발전에 따른 구도시와의 격차와 자연훼손에 더욱 설득력 있는 설명과 대안이 필요하다. 송도가 국제도시가 되려면 꼭 필요한 국제병원과 국제학교도 서둘러 세워야 한다. 글로벌 기업도 더욱 많이 유치해야 한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중앙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마침 정부는 송도 같은 경제자유구역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 기존의 세제혜택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검토 중이다.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외국기업들이 송도 등에 규제가 많다고 불평을 한다는 점이다. 이왕이면 과감히 풀 것을 죄다 풀었으면 한다. 송도의 성공은 송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방은주 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