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구인난과 구직난의 엇박자

[데스크라인] 구인난과 구직난의 엇박자

 청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통계치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취업 재수를 위해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석에서 만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기업들이 조금씩만이라도 더 인력을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먼저 꺼냈다.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까지 취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반대의 현상도 있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구로동에 있는 한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속을 태운다. 급여도 대기업의 90% 정도를 책정했으며, 헤드헌터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몇 달째 적임자를 찾지 못한다. 또 다른 회사 CEO는 신입사원을 뽑는 과정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내가 면접을 하는 것인지, 시험을 치르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면접 약속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를 해서 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면접을 보면서 임원들이 묻는 말에 답을 하기보다는 되레 ‘이 회사 오래 갈 수 있느냐, 복리 후생 지원은 늘어나느냐, 상장 계획은 있느냐’ 등을 역으로 묻는 학생도 만나봤다.

 2009년 대한민국에서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한다.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이런 현상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어설픈 회사에 들어가기보다는 첫발을 잘 내딛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은 듯하다. 여기에 전반적인 학력과 스펙의 인플레까지 겹치면서 구직자들의 눈높이만 높아졌다.

 우선적인 해법은 구인난과 구직난의 ‘미스 매치’를 줄이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사람을 구하는 기업의 괴리 가운데 일부만 합치시켜도 청년실업 해소와 중소기업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구인 기업들은 자신의 회사를 외부에 많이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좋게 가져가는 데 힘써야 한다. 작게는 회사 홈페이지를 잘 관리하는 것부터, 실제로 좋은 인력에게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까지 여러 노력이 합쳐져야 할 것이다.

 구직자들에게도 현실에 맞는 눈높이를 갖기를 권한다. ‘작은 기업에 들어가느니, 백수가 낫다’는 생각으로는 얻을 게 없다. 좋은 자리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능력을 키워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소기업의 위상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창업지원 확대와 함께 중소·벤처기업 지원 등 실질적인 중소기업 육성 계획이 서둘러 제시됐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여러 장점이 있다는 것도 국민들에게 꾸준히 알려야 한다.

 우량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정부가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런 풍토를 적극 조성해햐 한다. 이래야만 ‘중소기업 기피’로 인해 벌어지는 구인난과 구직난의 미스 매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승규 G밸리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