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산타의 선물

[데스크라인] 산타의 선물

 ‘올해 산타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은?’ 실리콘밸리의 한 미디어가 최근 이 지역의 공직자와 CEO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 정보기술(IT) 1번지 사람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다. 이들이 금융 위기로 인한 실물 경기 침체, 이에 따른 IT 시장 한파에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읽을 수 있다.

 IT산업은 실물 경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의 표현을 빌린다면 ‘천수답’ 산업이다. 경기가 좋으면 IT 투자도 늘어나며, 일반 IT제품 소비도 증가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IT 투자와 소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지 않아도 당장 비즈니스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었는데 새 휴대폰과 TV 장만은 사치다.

 다행히 미국 경기가 조금씩 나아진다. 지난달 주택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0월에는 집값도 올랐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부터 시작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조만간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됐다. 1년여간 땡볕만 내려 쬐던 가뭄 끝에 금방 쏟아낼 것 같은 먹구름이 일단 몰려든 셈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올해는 아닐지라도 내년에는 바라던 산타 선물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 비하면 올해 우리 IT 경기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올해를 무척 걱정했지만 벌써 오랜 기억처럼 잊혀졌다. 수출 기업들은 되레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만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기만 했던 대기업들도 돈을 풀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회복과 맞물려 우리 경기 회복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IT CEO들은 미국 CEO와 비슷하면서도 차원이 다른 선물을 산타로부터 기대한다. 세계 1위에 오른 수출 기업이라면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를 원한다. 내수 기업은 확실한 시장 주도권을 잡기를 바란다. 중소 벤처기업은 대기업들이 더욱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과 우리나라 IT CEO들이 바라는 선물에는 두드러진 차이점이 하나가 있다. 미국 CEO들은 산타의 선물이 절실하지만 우리 CEO들은 스스로 산타가 될 수 있다. 대기업 CEO는 더욱 강한 압박으로 경쟁국 후발 업체를 회생 불능으로 밀어낼 수 있다.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더 많이 늘리고 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 중소 벤처기업도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으로 협력 대기업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 정책 당국자 역시 경제 회복의 일등공신인 IT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더 잘살 수 있을지 고민하면 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공세가 조금 걱정스럽다. 몇 년 전에 ‘산타는 중국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뜯어보면 죄다 중국산이라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용품이며 IT 제품 분야에서는 아직 우리가 앞선다. 우리가 더 노력을 기울이면 ‘산타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중국인 입으로 들을 수 있다.

 우리 IT 기업인들은 2009년에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반전(反轉)의 역사’를 썼다. 이들과 정책 당국자를 상대로 이런 설문조사를 하고 싶다. ‘올해 산타로서 주고 싶은 선물은?’

  신화수 취재담당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