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경인년, 새해에는 마음을 얻자

 파워넷이라는 전원공급장치(SMPS) 업체가 지난해 말 멋지게 턴어라운드했다. 2004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가 당시 현금 2000만원밖에 없던 회사가 새로운 주주를 찾으며 매출 800억원대의 백조로 돌아왔다.

 법정관리인으로 들어와 대표이사직을 맡은 김상도 대표는 회생의 첫 단추가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적자 투성이 법정관리회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재무제표 들춰보기나 재고 조사가 아니었다. 직원들과 산행을 하고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함께하며 다같이 힘을 모아보자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김 대표의 노하우는 간단하다. 패배 의식에 빠진 동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발적으로 싸울 전사를 만든 것이다. 그가 특정 분야에서 특출난 기술력이나 마케팅 기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파워넷 이전에 ‘직원들 마음 얻기’ 비법을 통해 곤경에 빠졌던 기업을 여러 차례 정상화시킨 경력이 있다.

 나종호 한경희생활과학 부사장은 ‘고객 마음을 읽어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삼성·CJ·태평양 등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비트, 식물나라, 햇반 등 주목받는 신상품 개발에 주역으로 참여한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한다. 여성들이 ‘요즘 화장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알고 곧바로 중저가형 화장품을 출시해 대박을 냈다. 맞벌이 신혼부부나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데 착안,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공기밥을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소형 가전업체로만 알려졌던 한경희생활과학이 여성용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 부사장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회사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에게 어떤 고민이 있고, 이를 해소해주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면 개발하고 팔아야 할 제품이 무엇인지가 명쾌해진다는 것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기술력만 믿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을 내놓아 고전하는 CEO를 자주 만나게 된다. 직원들이 능력이 없다면서 자기의 진정성을 몰라준다고 토로하는 기업인도 보았다.

 물론 마음을 얻는 데는 노력과 희생이 따른다.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종업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술을 못해도 늦은 시간까지 소주잔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소비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문 조사기관에 적잖은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이 쌓이고 쌓여 성과를 낸다. 혹 실패가 있더라도 최소한 주변에 사람만은 남을 것이다.

 가장은 가족의 마음을 얻어야 편안하다. 기업가라면 고객과 종업원을 살피는 일을 등한시해서는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없다. 관료도 마찬가지다. 위에 보고하고 알리는 정책보다 납세자인 국민이 원하고 실제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더 관심을 높여야 한다.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이라고 해서 공복(公僕)이라 부르지 않는가.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2010년엔 주변의 마음을 얻는 데 조금씩이라도 더 노력해보자.

 김승규 G밸리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