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손발 안맞는 정부ㆍ기업

[데스크라인] 손발 안맞는 정부ㆍ기업

 #장면 1=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며칠 전 기업인들이 모인 공개 석상에서 앞으로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이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SW산업 구조상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사안이다. SW산업 정책 당국의 수장이 지금까지 시장에 만연돼 온 구태를 일거에 없애버리겠다고 했으니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지경부는 SW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대기업과 중소 개발사간의 고질적인 하청구조라고 본다. 그래서 장관은 새해를 맞아 그것을 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 대기업들은 출자 지분을 가려가면서까지 소규모 자회사를 차리거나, 대리회사를 내세워 공공SW 프로젝트를 따내오던 터다.

정부가 SW업계의 위 아래를 갈아 엎는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관련 대기업들은 우스갯소리처럼 그냥 흘려 듣는다. “으레 할 수 있는 말”이니 “그게 되겠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장면2=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국정 최대 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잡았다. 지난 21일 현정부 출범후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올 한해 정부는 고용문제에 있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빨리 해결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체라고 추켜 세웠다. 여기까진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이후 나온 내용은 알맹이 빠졌거나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음이 역력했다. 정부는 빈 중소기업 일자리에 취업하는 이에게 1년간 취업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고작 1년간 공짜로 사람을 쓴다고 일자리를 늘릴 중소기업이 있을까 싶다.

   

첫 장면은 정부의 본 뜻을 기업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안이다. 정부의 개혁 의지를 제대로 못 읽었거나, 흡사 무시해버리는 듯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두번째 장면은 반대로 정부가 기업의 현실과 시장 논리를 잘 모르고 벌인 일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동력에는 여기에 열성을 보이는 기업을 줄세우겠다는 의지까지 엿보인다.

사실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려면, 새로운 산업, 신규 시장을 열어야 한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임금을 더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융합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새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두가지 일이 잘 풀릴 수 있겠는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뜻을 맞추고 뛰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딴 곳을 보는 격이다.

정부 정책 방향을 비웃는 대기업의 오만함을 깨지 않는 한, 그리고 해외 SW시장에 나가 프로젝트를 따오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 한 우리나라 SW산업의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은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돈이 되는 일이면 정부가 막아도 들어가려 할 것이다. 기업 스스로 신명나게 일을 벌이고, 자연스레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야 그야말로 품격있는 나라가 만들어진다. 정부와 기업이 손발을 맞춰서 제대로 뛸 때, 글로벌 위기에서 만든 천금의 ‘승자 효과’가 진짜 국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진호 산전부품팀장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