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 상생협력’이란 말이 이제 웬만한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얻은 기술력이나 비용절감 효과 등을 공유하자는 개념으로 이미 5, 6년전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이후에는 ‘대-대 기업협력’이라는 말이 나왔다. 삼성과 LG같이 경쟁하는 대기업도 일부 기술을 공유하거나, 국제 표준화 대응에서 힘을 모은다면 국가 산업기술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뿐만 아니라 부품과 장비의 교차 구매 등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들에게 수혜가 된다는 점도 포함됐다.
여기에 ‘소-소 기업 협력’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간다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다. 특히, 새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벤처 제2기 도약을 선언한 만큼 시기도 좋아 보인다.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처리 절차를 대기업처럼 잘 갖춰진 시스템 위에 올려놓기도 쉽지않다. 혼자 모든 일을 하기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에 특화하면서 주변 기업과 협업하는 것엔 분명 장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사례도 있다.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중소 보안업체들은 각자 좁은 영역의 사업만을 해왔다. 보안 풀패키지 제품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A는 보안 관제, B사는 필터링, C사는 사후 대응 등으로 결합해 하나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이들이 손잡지 않았다면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에 각자 솔루션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중소업체로 구성된 DVR업계·셋톱박스 업계는 부품 공동 구매제를 활용한다. 공통적으로 쓰는 부분품과 재료를 함께 구매해 단가도 낮추고 협상력도 높여 보자는 것이다. 수출 지향형 제품을 개발하고도 해외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들이라면, 몇개 기업이 해외에 작은 공동 지사라도 세워서 비용을 분담하고 현지 조사와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기업이 필요에 의해 협력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소-소 기업 협력’을 새삼 이야기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설만큼 여유가 많지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큰 업체에 줄대고, 눈앞에 다가온 납기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고 협력할 대상과 포인트를 찾아낼 만큼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중소기업 유관기관들이, 적극적 자세로 소소기업간 협력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길 희망한다. 우수 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중소기업 협력모델에 대해 자금 지원시 가점을 주는 것도 좋겠다. 네트워킹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DB화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대중소협력이나 대대협력에 비해 소소협력의 계량화된 성과가 당장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기업간 협업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충분히 매력적이며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협력할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김승규 G밸리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