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수력 발전소 짓기 힘드네요”

[데스크라인]“소수력 발전소 짓기 힘드네요”

 “지방 하천에서 소수력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당 지자체에 설치허가를 받으러 갔더니 주민 100% 동의를 받아오라고 합니다. 이건 사업 자체를 하지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 소재한 한 민간발전사 사장의 하소연이다. 풍력(육상·해상 포함)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수력발전 사업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건 현지 주민들의 동의다. 현지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거세면 관할 지자체로서는 발전소 설치를 허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동의를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주민 100%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민원도 민원이지만 궁극적인 요인은 ‘표’ 때문이다. 민선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오는 6월 지자체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표를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소수력발전은 말 그대로 작은 규모의 수력발전이다. 설비 용량으로는 1만㎾ 이하가 여기에 해당한다. 산과 하천이 많은 국내 지형조건에도 맞아떨어진다. 특히, 흐르는 물을 이용해 발전하기 때문에 전기 수요가 많고 강수량에 몰리는 여름철에는 유용한 전력공급원이 될 수 있다. 적은 일조량과 낮은 변환효율 때문에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이나 바람 자원이 일정하지 못해 악성 전원으로 불리는 풍력발전 등에 비하면 훨씬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지난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소수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78년에는 찐빵으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 안흥지역에 우리나라 최초의 소수력발전이 준공됐다. 이후 정부는 소수력발전 개발방안을 마련해 민간자본을 통한 소수력발전 건설을 유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작년 기준으로 국내 60곳(7만5922㎾)에 소수력발전소가 건설, 운영 중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립공원 안의 공중화장실이나 대피소 등에 소요되는 전기는 소수력발전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 16개 소수력발전소 도입 계획을 내놓을 정도로 소수력발전은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내놓고 보급을 장려하지만 국내에서 소수력발전 사업을 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인·허가 문제가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수력 발전을 개발하려면 인·허가 까지 11개 부처에서 12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일반 하천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고 이해 관계자나 지역 주민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공공기관들은 민원이 적은 기존 시설물인 댐이나 하수처리장 등을 이용한 소수력 발전을 개발하고 있지만 일반 사업자들은 의욕적으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포기하는 실정이다.

 몇년 전 태양광 발전처럼 난개발이 돼서는 안되겠지만, 적정량의 소수력 발전소는 개발·운영할 수 있는 관리체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