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방IT가 한발 빨랐더라면

[데스크라인]국방IT가 한발 빨랐더라면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시선이 2주째 군(軍)에 맞춰졌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과기계에서는 두세 명만 모이면 천안함의 성능이나 군의 장비수준 등에 관한 질문이 곧잘 이어진다. 바닷속 물체 탐지에 쓰이는 음파탐지기(소나) 등 기본적인 장비가 제역할을 했는지,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장비로 무장을 했는지 등이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내놓은 국방녹색기술 수준 조사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고효율화 소재 및 구조, 친환경 및 폐기처리 3개 분야 20개 항목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격차는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났다. 격차가 가장 큰 원자력 전지는 선진국 기술 대비 40% 수준이었다. 11년의 차이가 나는 초전도 부문은 미국의 60% 수준이다. 함정 추진고효율 부문은 선진국 대비 7년 차이가 났다. 기술수준은 75% 정도였다.

 ETRI가 지난해 말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더 기막히다. 무기체계 보안 기능의 임베디드 SW기술은 세계 최고인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무기체계 내장형 보안 SW기술은 미국의 10% 수준, 보안 기술은 20%, 이동형 위성통신 기술이 겨우 30% 수준이다.

 천안함 침몰 사태를 보면서 선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IT+국방 프로젝트도 있었고, IT+조선으로 ‘드림 십’을 개발하자는 계획도 있었기 때문이다.

 ETRI가 기획했던 ‘IT융합 R&D 중장기 계획’을 보면 IT+조선 부문에 선박 유지보수(라이프 사이클 관리) 기술이 들어 있다. 만일 천안함이 어뢰가 아닌 피로파괴 현상에 의해 절반이 날아갔다고 가정하면 이 기술로 예방할 수 있었다. 실종과 관련해 사물 및 사람에 전자태그 및 센서노드를 부착해 사물의 무선인식과 사물 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들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다양한 스마트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RFID 및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기술 개발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2012년까지 고정밀 위치인식 기술로 1m의 해상도에 600m까지 위치 인식이 가능한 태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GPS나 인식칩, 이동통신 단말 기술을 결합하면 위치 추적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해진다.

 국방녹색기술 추진 과제 가운데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 과제가 있다. 오는 2013년까지 757억원을 투입해 잠수함용 연료전지 등 7개 과제를 수행한다. 한때 3000톤급 원자력 잠수함 논의도 이루어진 적이 있다.

 오는 2030년께 미래 병사의 모습은 마치 전투로봇과 흡사해진다고 한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영화 ‘로보캅’을 연상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헬멧에 장착한 스캔 추적 조준장치가 적의 얼굴을 자동스캔하고, 장갑을 이용해 무인비행기나 전투로봇을 조종하게 된다. ETRI와 ADD가 개발 중인 견마로봇도 있다.

 국방의 현대화, 국방 IT화의 조속한 추진은 ‘천안함’ 같은 비극을 막는 시작점이자 과기계의 절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