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주파수 `경매` 실종 신고

[데스크라인]주파수 `경매` 실종 신고

 9일(현지시각) 오전 9시부터 인도 통신부(DoT)가 3세대(3G)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를 시작한다. 주파수 2.1기가헤르츠(㎓) 대역에서 폭 10메가헤르츠(㎒)씩 묶은 서너 꾸러미(블록)를 경매할 예정인데, 9개 통신사업자가 팔 걷고 나섰다. 바르티에어텔을 비롯한 9개 통신사업자는 9일부터 6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20분 호가(bid), 20분 휴식’ 간격으로 ‘동시 오름차순 경매’를 할 예정이다. 이들이 40분마다 ‘가격 제시 라운드(Bidding round)’를 거듭하며 1개 블록당 350억루피(약 8800억원)부터 시작할 경매가를 얼마나 올려놓을지 관심거리다.

 3G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을 끝낸 뒤 2∼3일 안에 치를 ‘광대역 무선 통신(BWA)’용 주파수 경매도 후끈 달아올랐다. 2.3㎓ 대역 안에 20㎒씩 2개 블록을 할당할 예정인데 11개 사업자가 나섰다. 퀄컴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고, 타타커뮤니케이션스처럼 이동통신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기업이 포함돼 DoT의 주파수 경매 잔치를 풍요롭게 할 것으로 보였다.

 경매제는 주파수 할당의 꽃이자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89년 뉴질랜드가 방송용 주파수를 처음 경매한 뒤 1994년 미국 개인휴대통신(PCS), 1999년 영국 3G 이동통신, 2008년 캐나다 1.7㎓대역으로 이어졌다.

 인도가 그 바통을 이어 주파수 잔치로 흥겨운데, 한국은 ‘경매 실종’ 상태다. 지난 2008년 11월 16일 제37차 방송통신위원회를 열어 주파수를 ‘가격 경쟁에 의한 대가로 할당(경매)’할 근거(전파법 제11조 1항 개정)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1년 6개월여째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방통위는 이달 말까지 800·900㎒와 2.1㎓ 대역을 ‘심사’를 거쳐 할당한다. 주파수를 ‘심사로 할당(전파법 제12조)’하는 것은 ‘미인대회’와 같다. 규제기관의 눈에 가장 예쁜(?) 사업자에게 주파수가 돌아가는 것. 심사 할당은 이러한 구조 때문에 늘 ‘객관성과 투명성 결여 시비’를 불렀다. 특정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한 이유를 설명하느라 규제기관이 진땀을 뺀 사례가 흔했다. 때로는 심사 과정에 개입한 공무원이 옷을 벗기도 했다.

 유명 전파 전문가인 마틴 케이브와 토마소 발레티는 공저 ‘주파수 경매가 후손의 미래를 파괴할까’를 통해 “심사제는 편애와 부정행위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매제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데다 가장 적극적인 사업자에게 주파수가 할당될 확률이 높다. 경매가 부를 수 있는 특정 기업의 주파수 독점현상이나 경매대금의 소비자 전이현상을 막는 것은 규제기관이 있어야 할 이유이자 꼭 펼쳐야 할 규제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큰 줄기가 ‘시장에 맡기는 것’ 아니던가. 방통위는 시장 친화적인 ‘주파수 경매’를 다시 탁자에 올려야 한다. 특히 800㎒처럼 “함께 쓰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던 황금주파수를 경매장에 내놓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느 주파수로 통신산업을 선진화하고, 규제 품격을 높이겠다는 것인가.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