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녹색법)이 지난주 공식 발효됐다. 녹색법은 2008년 8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언한 이후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작년 2월 정부안이 결정됐고 12월 말엔 국회를 통과했다.
녹색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법 시행에 관해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제정(안) 역시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틀이 갖춰진 셈이다.
녹색법은 시행에 들어갔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특히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이해당사자,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이나 사업장별로 온실가스를 관리하려면 기계나 사람들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원가 상승요인이 될 뿐 아니라 당장 국제경쟁력 저하를 초래하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검증하는 체계(MRV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검증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탄소세 도입문제 등도 숙제다.
산업 진흥 측면의 과제도 있다. 녹색산업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이나 사업의 유망 녹색 분야 여부를 확인해주는 녹색인증제의 성공 여부다. 녹색기술이나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예금·녹색채권·녹색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에게 세제지원을 해서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녹색인증제의 목적이지만 평가지표 수립이나 인증평가의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와 함께 평가를 통해 발급받은 인증서를 들고 금융기관을 찾았을 때 자금을 쉽게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숙제다.
사실 녹색법이 시행령까지 완성되는데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작년 1월과 2월, 2차례에 걸친 녹색법 입법예고와 공청회, 5차례의 산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시행령 역시 두 번의 입법예고와 공청회, 그리고 각계 간담회를 거쳤다.
정부는 작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설정방안을 결정할 때에도 산업계 등과 70여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나 간담회 등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토론회나 공청회에 참석한 산업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결론은 미리 정해놓고 의견만 듣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토론회 횟수는 많았을지 모르지만 참석한 패널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글쎄’라는 평가도 있다. 입법부문인 국회나 상대적으로 취약층인 중소기업, 노동조합·농어민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녹색법 시행을 선포하면서 산업계의 사정을 고려해 규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준비기간을 두고 산업진흥 부문은 최대한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규제 부분은 이해 당사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귀를 열어 놓고 반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녹색인증제 같은 진흥책은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 따도 그만, 안 따도 그만인 제도를 넘어 기업이 앞장서서 따고자 하는 실질적인 진흥책이 돼야 할 것이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