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1.5기 방통위가 갖는 의미

 최시중 위원장이 이끈 1기 방송통신위원회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1기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출발했다. 지금 한 자리가 공석으로 4명의 상임위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조만간 야당몫의 새 상임위원이 합류하면, 출범 당시 5인 상임위원 가운데 한명이 바뀐 새로운 모습의 1.5기 방통위가 구성된다.

1.5기 출범을 앞두고 방통위는 새 상임위원 선임과 야당몫 부위원장의 부처회의 참석 문제 등으로 내부 진통을 겪고있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외부적으로는 위상문제, 내부적으로는 구조적인 인사 적체 등 복잡한 문제로 고민해 왔다. 1.5기 방통위는 여기에 더해 다음 정권에서 존립 자체를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1기 방통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방통위는 청와대와 지경부, 문화부 등에 흔들렸지만, 내부적으로는 새 합의제 틀을 만들었고, 나름대로의 정책부처와 위원회 중간적인 입장을 세워왔다. 여야 몫이라는 선임 당시의 성분을 떠나, 기존 주어진 틀속에서 소신과 배려를 덕목으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상임위원들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위원회는 방송편향적, 정치지향적이라는 비판을 수용, 후반들어 IT정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였다. 최시중 위원장이나 이경자 부위원장 역시 정쟁에 묻히기보다 방송통신진흥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세우기 위해 많은 발품을 팔았다. 유관업계 미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매주 한번 꼴로 산업현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도 했다.

1.5기 방통위는 사실 걱정이 앞선다. 야당몫의 새 상임위원이 들어오는 시기와 맞물려 종편, KBS의 수신료 인상 등 굵직굵직한 방송 이슈가 예고됐다. 방통위는 하반기부터 ‘방송판(정치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조만간 단행될 실장급 인사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될 ‘방통위 공무원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좌절감도 1.5기 방통위가 떠안아야할 숙제다.

방통위가 IT정책부처를 1.5기에도 자임할 수 있을까. 2기에 방통위는 과연 IT진흥정책 주관부처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업계엔 이미 회의론이 나온다.

1.5기 방통위는 위태하다. ‘IT, 통신방송산업 진흥’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자인하는 순간, 2기 방통위의 존재는 방송 규제기구로 위상이 축소되거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이럴바에야 발전적 해체가 대안 아니겠냐’는 회의론도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1.5기 방통위의 행보는 존폐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불협화음으로 비춰진있는 부위원장의 정부부처회의 참석 논란을 해소하고, 강한 정치적 색채를 띌 신임 상임위원과 조화를 통해 최소한 내부적으로라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정쟁속에 묻혀 있는 사무총장제는 ‘인사적체’ ‘더딘 의사결정’ 등 방통위 문제점을 일부 해소할 탈출구다. 사무총장제 도입을 상임위원들은 정치적 이해를 떠나 조직의 미래를 헤아리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방통위 상임위원(장)은 타부처의 장·차관급에 해당하는 조직을 이끄는 수뇌부이기 때문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