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2조8210억원의 매출과 79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기업. 지난해 연말 기준, 32만1895명의 주주로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한 기업. 그러나 10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기업. 이쯤되면 다들 짐작할 듯 싶다. 하이닉스반도체다.
하이닉스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전체적으로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25%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이닉스 주인찾기는 난항을 겪는다. 하이닉스는 지난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면서 출발했다.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닉스는 시황 악화로 불과 1년만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고 2001년 10월부터 채권 금융기관의 공동관리를 받는다. 이때부터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2004년 반도체 경기 호황기를 맞아 이듬해 7월 채권단의 공동관리가 조기 종료됐다. 주인찾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9월이다. 1차 매각에서는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효성은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채권단은 올해 2차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2차 매각도 무산됐다. 채권단은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매각하면서 매각 주간사에 의뢰해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매각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우선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시황에 따라 좌우되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지난 2008년 6조5000억원의 매출에 2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점도 기업들에게 큰 부담일 듯 싶다.
그러나 채권단이 매물을 가치 있는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고 홍보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채권단은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투자의 최소화를 강요했으며 인적 구조조정도 요구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하이닉스에 남은 초일류 인재들은 이러한 행태에 실망, 회사를 떠나고 그 중 상당수는 해외 기업에 정착했다. 하이닉스를 이끌어온 임원들 가운데 해외 박사 출신은 이제 극소수다. 물론 해외 박사를 모두 일류 인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좌표라는 점에서 채권단이 인재 유치나 영입을 통해 하이닉스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힌 LG그룹에 끊임없이 구애하는 것도 모양이 우습다. 채권단이나 매각주간사가 LG그룹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곧바로 LG 측이 ‘관심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매물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이를 지켜보는 적지 않은 하이닉스 직원들은 자괴감을 느낄 정도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미 몇차례 지분 매각과 블록세일을 통해 투자분 이상을 회수했다. 하이닉스는 우리나라 미래성장동력인 반도체의 한축을 담당하고 30여만명 주주의 회사이다. ‘월급은 제대로 나오냐’는 주위의 불편한 시각을 감수하며 꿋꿋이 업무를 수행해온 1만여명의 하이닉스 직원들의 회사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매각이 투자회수뿐만 아니라 진정한 하이닉스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유형준 반도체 디스플레팀장 hjy00@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