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몸과 마음이 가장 피로해지는 시기가 왔다. 19일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29일), 말복(8월8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삼복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심신이 지치게 된다.
이럴 때 우리 선조들이 즐겨먹던 음식이 바로 삼계탕 같은 보양식이다. 동의보감 ‘서(暑)’ 문에 보면 ‘삼복에는 심한 열이 기를 상하게 한다’ ‘여름 더위에는 기를 보해야한다(夏暑宜補氣)’는 내용이 있어 복날에 양기를 보해주는 음식을 먹는 풍습을 뒷받침해준다.
삼계탕은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생후 6개월까지의 닭) 뱃속에 인삼과 찹쌀, 밤, 대추,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이 달고, 허한 것을 보하고 골수를 채우며, 정을 보해주고 양기를 북돋아준다. 인삼 또한 성질이 따뜻하며 ‘대보원기(大補元氣)’라 할 만큼 기를 보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오장의 기를 보해주며, 정신과 혼백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심을 열어 지혜를 더하고, 허손을 치료해준다.
주재료인 닭과 인삼 외에 찹쌀, 대추, 마늘 등은 모두 ‘비위(脾胃)’ 기능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 약재들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철에 찬 것을 많이 먹거나 찻물과 얼음물을 많이 마셔 비위를 상하면 토사곽란이 생긴다. 그래서 서병을 치료할 때 대부분 비를 데우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약을 쓴다’고 했으니, 이에 잘 맞는 구성이라 하겠다.
다만 삼계탕은 보양 효과가 좋은 만큼 고단백, 고열량의 음식이므로 체질이 열(熱)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주 먹지 않아야 한다. 닭고기의 경우 ‘풍이 있는 사람과 골증열이 나는 환자들은 먹으면 안된다’고 했듯이, 몸에 열이 많은 체질들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허해졌을 때만 먹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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