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은 홈쇼핑 업계에 뜻깊은 날이었다. 정확하게 15년 전인 1995년 8월 1일 삼구홈쇼핑(현 CJ오쇼핑)과 한국홈쇼핑(현 GS숍)이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8시간 분량의 전용 홈쇼핑 방송이었다. 거실이나 안방에서 TV로 상품을 파는 `안방 홈쇼핑 시대`를 연 것이다.
개국 이후 15년 동안 TV홈쇼핑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걸음은 순탄치 않았다. 개국 후 3년 동안은 적자에 허덕이는 우울한 개척기였다. 이후 편리함과 싼 가격을 무기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2002년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기며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정점이었던 2002년 2개 채널에 이어 현대·우리·농수산홈쇼핑 3개 채널이 새로 허가를 받으면서 홈쇼핑은 `다채널 시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도 잠깐이었다. 2003년으로 접어들면서 `숨고르기` 상태에 돌입했다. 케이블TV 시청 가구 수가 포화인데다 신용카드 불량자가 많아지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여기에 옥션 등 `오픈마켓` 주도로 인터넷 몰이 성장하면서 신 유통 대표주자로 추앙받던 홈쇼핑은 다시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TV홈쇼핑은 2005년 다시 성장 모멘텀을 찾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정체기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첫 3조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까지 8년 동안 3조원 벽에 주저앉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홈쇼핑을 롯데가 인수하면서 홈쇼핑 시장은 대자본을 앞세운 `유통 공룡` 주도로 재편됐다.
별 다른 호재가 없던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 `제6 홈쇼핑` 신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채널 신설을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9월까지 매듭짓겠다고 공언하면서 막판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채널 사업권 경쟁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서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중기 전용 홈쇼핑이지만 대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느니, 특정 컨소시엄을 위해 벌써부터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 대기업 진출설에서 정치적인 외압설까지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심지어 정식 사업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특정 컨소시엄이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채널 신설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근거 없는 루머로 산업계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급기야 정작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전용 홈쇼핑 자체가 갖는 취지는 한참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오직 사업권 자체만 수면 위로 떠올라 있다.
확인되지 않는 소문과 비방이 난무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채널 신설을 놓고 정부, 컨소시엄 준비 주체, 기존 홈쇼핑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업권 향배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법은 결국 중기 홈쇼핑 설립 취지와 목적을 보다 명확히 하는 길뿐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개입할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는 불투명성이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시간을 늦출수록 그만큼 파장과 후폭풍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소모전은 짧을수록 좋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