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독자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 아직까지 `이현세 vs 허영만`처럼 선명한 라이벌 구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많은 독자들이 한국 서사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둘을 꼽는다. 윤태호와 강풀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30~40대, 서사 중심, 이야기와 이야기를 잇는 개그, 스크롤 만화를 통한 대중과의 만남. 차이점도 있다. 윤태호는 한국만화의 유산과 정통을 한 몸에 지닌 작가이고, 강풀은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만화가가 될 수 있었던 작가다. 그렇게 둘은 같고도 다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같음이다. 둘 다 장르 중에서 미스터리를 선호한다. 미스터리를 통해 역사와 사회, 인간의 본질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노골적으로 문제를 까발려 `이게 문제`라고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통해 모순, 횡포, 파괴와 같은 개념들을 나열한 뒤 그것이 결국에는 역사와 사회, 인간의 문제에서 왔다는 걸 깨닫게 한다. 하지만 절대로 노골적이지 않다. 설교가 아니라 공감을 끌어낸다.
윤태호와 강풀은 역사, 사회,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그 본질을 드러내려 한다. 왜?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기 때문이다. 강풀의 경우 휴머니즘이 낭만성에서 시작된다. `순정만화` 이후 이어지는 `순정만화 시리즈`와 `아파트`에서 이어지는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를 지탱하는 큰 힘은 낭만성이다.
순정만화에 나온 착한 주인공들이나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이성과 합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낭만주의의 정서다.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도 두 말 할 것 없이 마찬가지. 그런데 낭만주의 정서를 지닌 강풀 만화의 출발점은 사회의 모순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윤태호의 만화는 크게 개그 만화와 액션스릴러로 구분된다. 데뷔 초기 개그 만화도 풍자적이었지만, 역사, 사회, 인간에 대한 시선은 액션스릴러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야후`는 삼풍백화점 붕괴를 떠올리는 건물 붕괴에서 시작한다. 붕괴된 건물에 아버지가 압사하는 모습을 본 아들. 건물의 붕괴와 아버지의 죽음은 결국 아버지 세대가 쌓아올린 유산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끼`에서는 군더더기를 모두 없앤 뒤 모순의 근원에 집중한다. 문제는 인간의 욕망이다. `당신은 거기 있었다`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드러낸다. 한참 이야기를 따라가면, 바른 것과 그른 것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 진다. 윤태호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전근대적 모습을 가족이나 공동체를 통해 보여준다. 스릴러 3부작을 통해 바른 것은 무엇이고, 그른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윤태호, 강풀이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힘의 원천은 변화를 꿈꾸는 독자들 때문이다. 인터넷에 접속해 만화를 보는 이 땅의 평범한 이들은 역사, 사회, 인간에 대한 두 작가의 고민에 함께 호흡한다. 윤태호의 만화를 통해 근대화되지 못한 우리의 유산에 대해, 그 유산이 만들어낸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강풀의 만화를 통해 결국 인간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윤태호, 강풀 만화의 힘은 독자들과 나누는 역사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소통이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 enterani@c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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