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글로벌 의료서비스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ET단상]글로벌 의료서비스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4000만명의 고객이 외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놓칠세라 각국은 의료서비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책정하고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추진 중이다. 세계 의료기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의료서비스는 자연스레 의사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들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표준체계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제표준에 의한 검사성적서는 병원 간 또는 국가 간 상호인정될 수 있으므로 중복검사를 피할 수 있어 의료비용이 절감되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표준에 따르기 때문에 진료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서비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금년에 글로벌 스탠더드(ISO 15189)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ISO 15189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혈액, 세포, 종양, 유전자 등에 대한 시험 · 분석이 국제표준에 따라 실시되고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은 국제표준에 따라 의료기관을 경영하고 제반 문서를 관리하며 문서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대로 진료하도록 한다. 오진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의료장비를 교정하도록 하고 의료시험검사 인력의 숙련도 향상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34개국 3700개 의료기관이 인정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지난주 서울대학교병원을 필두로 삼성서울병원, 현대아산병원, 고려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등 5개 대형병원이 심사 평가를 통과해 국제공인 메디컬시험기관으로 인정받는 결실을 얻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 수준으로 의료의 품질 관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의료기관의 규모와 의사의 명성에 따라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조류가 있다. 조금만 아파도 종합병원을 찾는다는 얘기인데 여기에는 `오진율`이라는 잠재 위험을 피해보려는 의식이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오진은 통상 시험하는 사람이나 시험장비에 기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진을 막는 가장 쉽고 확실한 해결 방안이 글로벌 스탠더드 인정제도의 확산이다. 캐나다는 이 제도를 통해 오진율이 20% 정도 감소했다고 국제인정기구(ILAC)에서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고난도 수술성공률과 암환자 생존률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는 전문성은 세계인들이 인정한다. 그러나 국내 의료서비스도 세계적 수준이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는가. 고객 중심의 의료서비스 경쟁은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등 주변의 동남아 국가의 부상으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의료선진화를 위하여 도입된 국제공인 메디컬시험인정제도가 국내에서도 결실을 얻은 것을 계기로 글로벌 의료 고객들을 우리 의료서비스와 의료관광 속으로 들어오게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의료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이 동양의학으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한의학(韓醫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여러 갈래로 전개돼 오던 동아시아 의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재해석하는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이어받아 우리의 창의성과 지극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우리의 전통예절을 기반으로 국제공인 메디컬시험인정제도를 시행한 2010년을 의료서비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아 오진률을 줄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

최형기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장 hyeongki@ka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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