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휴대폰과 무인공중전화

지난 2006년 12월 18일 한국은행이 발행한 10원짜리 동전은 지름이 18㎜로 종전의 10원 동전 22.86㎜보다 작아졌고 무게도 1.2g으로 4분의 1로 줄었다. 시민들은 새로 나온 10원짜리 동전을 쓸 곳이 없다고 말한다. 시중에 나온 웬만한 물건치고 100원 이하짜리는 찾기 어렵다. 그나마 10원짜리가 유용하게 쓰이던 공중전화기도 크기가 안 맞아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오늘은 무인공중전화기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대로상에 등장한 지 꼭 48년이 되는 날이다. 무인공중전화기는 지난 1962년 9월 20일 서울시청과 화신백화점 등 서울시내 10곳에 등장했다. 종전에는 동네 구멍가게마다 가정용 전화기보다 조금 더 큰 형태로 송화기 앞면에 동전 투입구가 있는 실내용 공중전화기가 사용됐다.

처음 10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무인공중전화기는 집이나 사무실 밖을 나온 시민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통신수단이었다. 또 공중전화 부스는 비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박스 형태로 문이 달려 있어 추위를 막는 데도 그만이었다.

그런 공중전화기가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용자가 줄어 이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제로 KT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전국에 9만4000대였던 공중전화기는 2009년 8만7000대, 올해는 8만대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KT가 발간한 `2010 방송통신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는 국내 이동전화 가입률이 지난해 대비 약 2.8%가 증가해 4951만명으로 인구 대비 휴대폰 보급률이 101%로 10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1인 1휴대폰` 시대가 열린 것이다.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니 공중전화기 사용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사용 감소는 매출 격감으로 이어졌다. 지난 1998년 연 매출 7800억원으로 공기업 한국통신의 효자노릇을 하던 공중전화기는 2008년에는 430억원으로 거의 20분의 1로 줄었다. 보편적서비스인 공중전화 매출 감소는 손실 보전금이 이통사업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2009년 손실분담금은 SK텔레콤 310억원, KT 221억원, (옛)KTF 149억원, LG텔레콤 86억원 등이었다.

아무리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도 공중전화기 수요는 있게 마련이다. 우선 군인들에겐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신수단이다. 휴대폰 소지가 금지된 부대 특성상 공중전화기는 군인, 그 중에도 사병들에게는 귀중한 존재다. 이외에 학생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없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공중전화기의 변신이 눈에 띈다. 카드 사용을 넘어 문자메시지 전송도 가능하고 교통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공중전화기를 운용하는 KT링커스는 3G를 이용한 영상전화기 보급에도 나섰다.

이제 추석 명절 긴 연휴가 시작된다. 요즘은 역과 터미널에서 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향의 부모에게 도착시간을 알리는 공중전화 통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차 안에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PX 옆 공중전화부스에는 사병들이 길게 줄을 서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휴대폰 대신 공중전화를 이용해 통화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홍승모 전자담당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