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게임 규제의 칼날이 풀뿌리 개발자들에게도 다가왔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모든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라는 조항을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이 만드는 비상업적 게임까지 적용했다. 이른바 `인디게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게임위는 지난 9월 1일 온라인게임 제작 및 공유 커뮤니티 사이트인 `니오티(www.niotsoft.com)`에 “게임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이 일반 이용에 제공되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시정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니오티는 “재정적 문제로 심의를 받기는 곤란하다”며 게임 관련 게시판을 폐쇄하기로 했다.
니오티에 올라 온 게임들은 롤플레잉게임(RPG) 제작 도구의 하나인 `RPG 쯔꾸루`로 만들어진 게임들로 상업적 목적과 거리가 멀다. 이 게임들은 대개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올린 결과물이다. 상업적으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심의 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비스하려는 게임은 모두 게임위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추천하는 게임대회 등에 전시할 목적으로 제작되는 게임이나 국가, 교육기관, 종교기관 등이 교육, 학습 등 공익적 홍보활동 등의 용도로 제작 배급하는 경우` 정도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비상업적 인디게임이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한다.
니오티 문제가 터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도 폭발했다. 아마추어들이 취미로 제작하는 게임까지 심의를 받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게임위 심의를 받기 위해 수십만원의 심의 비용이 드는 것도 분노를 부채질했다.
게임위 게시판에는 `곰플레이어에 숨겨진 간단한 게임(이스터에그 게임)도 심의하라` `MS 오피스에 숨겨져 있는 게임도 심의하라` `학교 전산수업 시간에 제출하는 게임 프로그래밍 과제도 심의하라`는 등의 항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법`과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은 게임물이나 영화 · 비디오물 등급분류를 신청하는 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항 신설이 핵심이다.
전병헌 의원은 “위헌요소를 갖고 있는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의 비용으로 인해 비영리 아마추어 창작 활동이 위축돼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게임이나 영상분야뿐 아니라 10 · 20세대의 다양한 문화 및 창작 등 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입법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