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접속의 시대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출근할 때는 지갑보다도 휴대폰을 먼저 챙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접속하지 않고서는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이제는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접속의 시대”라고 갈파했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는 소유의 시대였다. 소비하고 소유하는데서 인간은 만족을 얻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기업 역시 대량 생산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더 이상 제조업의 시대,굴뚝의 연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된 접속의 시대가 찾아왔다.

접속은 소유와 반대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일시적인 사용 권리를 뜻하는 접속은 인터넷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주택,가전품,공장,체인점 같은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도 일관되게 구현되는 현대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다. 소유하기 보다는 리스나 렌트 등으로 사용권을 일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대의 특징은 자기 것으로 늘 소유하는 것은 부담이다. 소유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인 효용성이나 편익 계산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사용돼 불리하다.

결국 자본주의 시대에는 사적소유를 사고 팔았지만 새로운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다.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과정에서 점차 부차적인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시대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이제는 물리적 형태안에 담겨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접속할 뿐 소유하지 않는 소유가 종말을 고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도 접속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아이폰의 디자인과 성능도 뛰어나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은 와이파이망을 개방해 소비자에게 접속의 기회를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접속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사업자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또 아이폰의 열풍에 한 몫을 한 것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인 것을 보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접속에 목말라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최근 아이폰4는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소개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광고는 단순히 기능을 자랑하는 타 휴대폰광고와 달리 가족간의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아련한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애플은 정작 아이폰을 제조하지도 않는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부품과 재료를 조달하고 최종 조립 생산도 아웃소싱한다. 단지 아이튠tm라는 접속점만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은 접속의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능과 디자인 등 제조업 마인드로 제품을 판매하려 했다. 앞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파는 사업이 향후 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다. 물적 자본보다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부를 창조하는 시대가 됐다.

권상희 경제과학팀장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