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상식적인 방송 규제를 바란다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어느 기관, 누구에게까지 닿을지 눈썹에 불 붙을(焦眉) 지경이다. 도무지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우나, 차분히 되짚어 보니 시민과 가까운 분야인 태광의 방송사업에서 일어났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가 눈에 밟힌다.

태광그룹 티브로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서 유료 가입자를 350만명이나 확보했다. 유선방송망을 이용한 통신(인터넷)서비스 가입자도 110만명에 달하는 등 국내 최대 유료방송사업자로 섰다. 이 같은 성장은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큐릭스홀딩스(SO) 합병`을 승인받은 게 컸다.

티브로드는 큐릭스 인수작업을 2006년 12월부터 시작했으되 넘어야 할 산(관계법령)이 많았다. 당시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1개 방송사업자가 전국 종합유선방송 구역 77개 가운데 5분의 1(15개)을 초과해 시장을 점유할 수 없었다. 이미 14개 구역에서 유선방송사업을 하던 티브로드가 6개 구역 사업자인 큐릭스를 사들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 11월 26일 제40차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O 간 또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SO 간 방송 구역 수 소유 제한`이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완화될 때까지 거의 1년여간이나 이어졌다.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1년이나 헛바퀴를 돌린 셈이다. 2009년 3월에는 `티브로드의 청와대 행정관 · 방통위 실무과장 성접대 사건`도 불거져 의혹을 더했다.

지난해 5월 18일에는 티브로드의 큐릭스홀딩스 합병 승인 과정에서 지분 소유 관련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앞선 2009년 4월 티브로드가 군인공제회를 이용해 큐릭스홀딩스 주식을 분산 보유한 의혹도 불거졌는데, 이경자 방통위 상임위원은 “(큐릭스홀딩스 주식을 분산 소유한 형태가) 티브로드가 이익을 보장받는 사실상의 실효적 소유”며 “(주식을 분산 소유한) 의혹이 있으면 투명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송법의 SO 시장점유 제한`을 넘어섰다는 의혹을 낳았던 태광그룹 티브로드의 큐릭스 주식 우회 소유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넘어갔다. 엄격한 규제 실현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방통위 실무진은 태광그룹의 군인공제회를 우회한 큐릭스 지분 취득에 대해 “2006년에 케이블TV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해서 선투자 개념으로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샀다”거나 “(방송법상 SO의 시장점유 제한 규정에 따라) 티브로드가 (큐릭스 지분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어 이런 식(옵션 계약)으로 계약서를 구성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SO을 중심에 둔 한국 유료방송 시장은 상식에 동떨어진 모호한 일이 잦았다. `채널 몇 개를 얼마 이하`에 제공한다는 두루뭉술한 이용요금 승인기준을 둔 채 일방적인 100% 가격 인상을 용납하는가 하면, 이용자(시청자) 편익 훼손의 책임을 묻는 과징금 · 과태료 부과사례를 찾아보는 게 가뭄에 콩나듯 한다.

이제 상식에 걸맞은 유료방송 규제 체계를 확립할 때다. 규제기관부터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익성이 무엇인지`를 새로 가다듬어야겠다.

이은용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