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융합시대,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하다

산업 융합이 화두다. 산업 구분 개념이 사라지고 이업종 기술 간, 제품과 서비스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지는 때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카메라 · MP3플레이어에 이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접목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로 진화했다. 3D 기술은 문화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열고 있다. 의료 서비스에는 무선제어 · 영상전송 기술들이 보태져 원격진료가 가능해졌다.

융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융합산업촉진법`을 만들어 정책 지원에 속도를 낼 태세다. 산업을 무 자르듯 구분해서는 새로운 융합산업과 기술을 빠르게 인증할 수 없고,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 지원도 어렵다는 점이 가장 먼저 고려됐다.

지난주에는 통신 · 건설 · 금융 · IT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산업융합협회도 공식 출범했다. 다양한 정책 제언도 하고 업종 간 교류를 늘려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산업계는 빠르게 융합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에 걸맞은 정책의 개발과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처간 벽을 허물고 융합시대에 맞는 정책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I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역장벽이 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담당하는 지경부와 환경부 공조가 있어야 한다. 지식서비스산업의 외국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지경부와 기획재정부의 정책 융합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각 부처 사이에는 `밥그릇 싸움`이 있어 왔다. 업계 의견 수렴이나 국회 설득보다 부처 간 의견 조정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없어진 정보통신부와 당시 산업자원부는 IT산업 진흥을 놓고 건건이 부딪혔다. 지경부와 옛 과학기술부는 원천 기초기술과 산업화 실용기술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이냐를 놓고 대립하기도 했다. 또 환경규제 대응을 놓고도 환경부와 지경부 알력이 존재했었다.

국가 표준화 대계를 세우는 데도 기술표준원은 실용성보다는 각 부처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문화부와 방통위는 최근까지 디지털 콘텐츠 진흥 주무부처 자리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시대가 바뀌었듯이 정책도 융합을 전제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최근 나오는 산업관련 법안을 보면 단일 부처에서 처리 가능한 건이 극히 드물다. 융합의 시대에 맞게 각 부처의 기능이 잘 혼합돼야만 완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처에 담당업무를 일괄 이관하는 것도 좋고, 여러 부처가 동일 아이템에 대해 임무를 나눠 적절히 힘을 합치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다.

`우리 업무는 반드시 고수하자`거나 `우리 부처 소관 분야에 다른 부처가 들어와 생색내게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접근만 없다면 좋겠다. 더구나 각 부처가 주도권 싸움과 실익 없는 경쟁을 하기에는 최근의 산업, 기술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융합(融合)`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녹아서 합쳐진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도 대립보다는 각 부처 기능과 장점을 잘 살려 진정한 `융합의 힘`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김승규 산전부품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