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에 `하나는 19禁 , 하나는 18禁`

방송통신위원회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중복규제로 디지털 케이블TV 게임서비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MB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 정책 기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오목 등 보드게임을 서비스하는 지니프릭스(대표 박진한)는 방송법과 게임법 이중규제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경찰에 고발될 위기에 처했다. 어느 한쪽 심의만 받게 되면 다른 기관의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방송법을 따르면 게임위로부터 경찰에 고발되고, 게임법을 따르면 방송법 위반으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지니프릭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양쪽 규제를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TV게임 왼쪽과 오른쪽에 각 기관이 내린 등급을 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게임위는 등급을 둘 다 표시하면 수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방통위는 두 가지 등급 표시는 방송법 위반이라고 결론내렸다. 방송법만을 따르고, 게임법을 위반해 경찰에 고발당해도 알 바 없다는 처사다.

앞서 지니프릭스는 방통위 심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게임위로부터 게임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고 이후 지니프릭스는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았다.

지니프릭스가 처한 고충은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거진 결과다. 플랫폼 간 융합이 더욱 활발해지면 지니프릭스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는 더 양산될 전망이다. 반면에 방통위와 게임위는 중복규제와 불합리한 제도 개선보다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지니프릭스 관계자는 “양 기관 모두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이나 중소기업 호민관에게 민원을 제기하라는 전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중단은 기업의 존폐가 달린 일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재영 방통위 방송진흥기획과장은 “실무자 선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고 유권해석을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방통위, 문화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게임위 등 해당 기관이 모여 공동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