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노벨상의 꿈을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담아

[월요논단]노벨상의 꿈을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담아

아주 어린 시절 우리 모두에게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들과 우주의 기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이 물질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물질이 모여 어떻게 생물이 되는 것일까. 신화의 영역에 머물렀던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근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생명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는 20세기 들어와 현대물리학과 이에 기반한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 선진국인 유럽·미국·일본 등에서는 입자들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입자가속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극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슈퍼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는 가속기 실험을 통해 양성자·중성자·전자보다도 더 작은 소립자인 쿼크(quark)를 찾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100억달러를 들여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 건설된 길이 27㎞의 원형터널 구조물이다. 지난 7일 LHC에서는 납이온 충돌을 성공시켜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인 ‘빅뱅’ 직후의 상태를 작은 규모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의 과학계는 LHC를 통해 우주탄생의 비밀과 숨겨진 입자인 힉스입자를 찾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힉스입자의 발견은 노벨상이 예약돼 있다고 할 정도로 과학적으로 정말 중요하다.

이처럼 가속기는 이미 물리학의 경지를 넘어, 동시대의 최고 기술(cutting-edge technology)이 녹아 있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로, 건설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광속에 가까운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입자들이 물질 깊숙이 파고들어 화학·바이오 소재·의학·신소재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속기를 비롯한 거대과학과 기초과학의 발전은 학문적 호기심의 충족과 과학의 발전을 넘어 인류의 문명을 변혁하고, 새로운 산업기술을 일으켰다는 것을 역사는 이야기해 준다. 19세기 전기에 대한 호기심은 전구의 발명을 가져 왔고, 20세기 양자역학의 발견은 전자공학을 탄생시켰다. CERN이 물리학자들이 데이터를 좀 더 쉽고 빠르게 전 세계의 학자들과 주고받고자 발명한 것이 바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의 기본이 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초과학 발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이웃 일본은 올해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다. 2008년 고바야시 교수와 마스카 교수의 물리학상 수상이 있기까지는 일본 정부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두 교수의 이론적 예측을 검증할 가속기 KEK를 세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거대과학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투자가 노벨상 수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초과학의 풍부한 토양 아래 응용과학과 산업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의 과학계는 우리나라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중이온 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안은 오로지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보고 논의하고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임을 국회의원으로서 다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과학계가 마음을 모으는 것 또한 필요하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ypark@na.go.kr